탄탄대로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던 e스포츠에 예기치 못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e스포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의 중계권을 둘러싸고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와 방송사인 OGN, 그리고 이들과 3자 협의체를 구성했던 한국e스포츠협회간의 견해차이가 끝내 갈등으로 비화, 지난 3일 외부로까지 표출된 것이다. 이들 3자는 각각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렸다. 수면 밑에서의 조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사실이 표면화 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날선 공방까지 연출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의 중계권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다음 시즌부터 롤챔스를 기존 OGN뿐 아니라 SPOTV게임즈에서도 나눠서 중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롤챔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킨 OGN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 정면충돌 했다. 서로의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로 인한 문제점을 살펴본다.
▶팬들의 편의를 위해
라이엇게임즈는 '팬 중심'(fan-focused)이라는 일관된 목표로 'LoL'을 서비스 하고 있다. 또 라이엇게임즈는 'LoL'을 야구와 축구 등 기존 스포츠에 버금가는 대중 스포츠로 성장시키기 위해 e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뿐 아니라 롤챔스와 같이 세계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대회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롤드컵은 이미 젊은층에선 월드컵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면서 스포츠는 물론 일반 대중매체에서도 큰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롤챔스의 이번에 분할 중계권을 들고 나온 것도 팬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롤챔스는 저녁과 주말뿐 아니라 평일(목요일) 낮 경기로도 열렸다. 또 평일 저녁에 2경기가 연속으로 열렸을 경우, 앞 경기의 지체로 인해 다음 경기의 시작과 종료가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좌석 유료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선택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야구나 축구처럼 여러 경기장에서 롤챔스가 열릴 경우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측은 "경기 시청자만큼 현장 관람객들도 중요하다. 또 팬뿐 아니라 선수들의 편의증진을 위해서라도 경기장과 중계방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복수의 중계사를 두는 것이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OGN은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롤챔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왔다. 물론 라이엇게임즈, 게임단과 선수들과의 합작품이지만 어쨌든 롤챔스를 세계 최고의 리그로 성장시킨데는 OGN의 공이 가장 컸다. 'LoL'이 e스포츠와의 시너지 효과로 글로벌뿐 아니라 국내에서 3년 넘게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이는 라이엇게임즈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OGN은 입장발표를 통해 '이번 사안을 단순히 중계권과 수익차원이 아닌 리그의 주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체적으로 리그를 만들고 운영하는 상황에서 종목사만의 뜻으로 중계권을 일방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강경한 상황이다.
OGN도 라이엇게임즈의 '편익증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OGN은 현재 활용하고 있는 서울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을 떠나 내년 초에 떠나 상암동 e스포츠 전용경기장으로 이전한다. 상암동에선 주 경기장과 제2경기장이 들어서기에, 완전히 동등한 조건은 아니지만 2경기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낮 경기 문제점을 해결한 편성안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질 높은 해설진과 중계방식의 선도 등 e스포츠 중계에 관해선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상황에서 잘 만든 e스포츠 콘텐츠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로 내보내는 것이 'LoL'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명확한 입장차이, 해결책은?
팬들을 위한다는 양측의 공통 목표는 있지만 현재의 'LoL' e스포츠를 바라보는 입장차가 존재한다.
라이엇게임즈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처럼, 현재의 글로벌 인기를 바탕으로 대중 스포츠로 본격 성장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롤드컵에 버금가는 인기를 지닌 롤챔스를 지금보다 더 성장시키겠다는 명확한 뜻을 밝힌 셈이다.
OGN도 이에 동조하지만 향후 발전된 역량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OGN은 10년전 '스타크래프트1'으로 진행되는 팀리그인 프로리그를 주체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가, 이를 MBC게임(현재 종료)에 나눠주게 되면서 인기 동반하락을 겪은 '트라우마'를 겪었기에 또 다시 이를 반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e스포츠는 종목사, 방송사, 게임단, 팬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온 것이기에 어느 한 주체만의 의지만으로는 불협화음이 날 수 밖에 없다.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는 파트너간의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문제도 있다. 인위적인 분할이 아니라 좀 더 서로의 상황을 존중하면서 최선책이 아니라면 차선책이라도 이끌어냈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이 과정이 공개된 것도 갈등을 증폭시킨 원인이 되고 있다. 롤챔스에 관해선 이렇다 할 기여도가 없고 아직 중계역량이 부족해 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SPOTV게임즈가 갑자기 중계사로 대두된 점, 3자 협의체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했던 한국e스포츠협회가 조율에 실패한 점도 문제를 키웠다.
이로 인해 e스포츠는 프로리그의 분할, e스포츠 중계권 인정,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소유권 등 수년을 주기로 불거져 나오는 진통을 또 다시 겪고 있으며, 팬들도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중 스포츠로 더 크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일단 두 주체는 입장차를 명확히 인식했기에, 좀 더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주말 미국에서 올스타전이 열리기에 자연스레 라이엇게임즈 본사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OGN의 3자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발전된 결과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