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쉬움이 남는 밤이었다.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셧아웃당했다. 2연승의 상승세가 꺾였다. 22일 OK저축은행전을 완벽에 가깝게 이긴 뒤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더 씁쓸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1위 등극의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또 다른 아쉬움이었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전력을 이겼으면 우리가 선두를 빼앗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력이 좋았던 경기에선 안좋은 리시브가 올라와도 연타와 리바운드 플레이를 했는데 한국전력전에선 욕심을 내 블로킹에 걸리더라. '선수들이 의식을 했구나'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평소 음주를 하지 않는 최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움을 술로 풀었다. 임동규 문성민 박주형과 함께 했다. 플레잉코치 여오현과 윤봉우를 제외하면 이들은 팀 내 고참 삼총사였다. 이미 예약돼 있던 저녁식사였다. 단지 경기를 이겨 좋은 기분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최 감독은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고 얘기해줬다. 역시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선 베테랑이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도 잘해주고 있다. 그러나 더 강한 책임감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조금 화기애애해 지자 최 감독은 농담같은 한 마디로 아쉬움을 풀어냈다. "찍소리도 못하고 지냐?" 선수들은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현대캐피탈은 2라운드에서 두 차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10일 우리카드전에선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내리 두 세트를 내줘 2대3으로 패했다. 14일 대한항공전에서 1, 2세트를 따내고도 내리 3세트를 허용해 2대3으로 대역전패를 했다. 특히 한국전력전에서도 승부처에서 에이스들의 결정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달리 말해 박빙의 상황에서 버티는 힘이 부족했다.
변수는 있었다. 이번달 초 주전 세터 노재욱이 훈련 도중 왼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프로 2년차 세터 이승원 홀로 팀을 이끈 상황이었다. 다행히 노재욱은 26일부터 볼 훈련을 시작하면서 3라운드 복귀가 임박했다. 2라운드를 3승3패로 막은 것은 예상보다 만족할 만한 성적이었다. 최 감독은 "재욱이가 없는 상황에서도 기록한 3승3패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1~2경기는 잡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우리 팀이 아직 1위를 할 만한 그릇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