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기회가 많은 팀을 최우선 고려하겠다."
두산 베어스 김현수는 리그 최고 수준의 정확성에 장타력까지 지닌 타자였다. 그러나 프리미어12를 통해 김현수는 자신의 기량이 가히 '월드클래스'급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조금 더 먼 곳에 꽃힌 듯 하다. 한국 대표팀 우승에 큰 역할을 하면서 프리미어12 초대 MVP로 뽑힌 김현수가 해외 진출에 관한 의지를 밝혔다.
김현수는 22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가진 입국 기자회견에서 프리미어12 대회를 치른 소감과 향후 계획에 관해 밝혔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총 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에 13타점을 쓸어담으며 대회 초대 MVP가 됐다.
금의환향 한 김현수는 "예선까지는 긴장 때문인지 타석에서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이겨내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더불어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신 것을 알고 있다. 그 덕분에 찬스를 살릴 수 있지 않았나 한다"며 이번 대회 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특히 김현수는 한국 우승의 중요한 분수령이 된 일본과의 4강전에 관해 "기회가 한 번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대표팀 동료들이 그런 믿음을 갖고 임한 덕분에 역전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승과 함께 MVP의 영광을 품에 안은 김현수는 그 공을 팀 동료 타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우리 타선이 워낙 좋았다. 이대호 선배와 박병호 선배가 뒤에 버티고 있었고, 내 앞에는 정근우-이용규 선배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정면승부가 많이 들어왔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겸허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제 무대에서 특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던 비결에 관해 '공격적인 자세'를 손꼽았다. 그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냥 한국에서 하던대로 공격적으로 임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외국 투수들이 나에 관해 잘 모르다보니 그들도 공격적으로 승부해왔고, 그 덕분에 좋은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김현수의 향후 진로다. 올 시즌을 마치며 FA자격을 얻은 김현수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에도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도 큰 듯 했다. 김현수는 향후 진로에 관해 "일단 모든 것은 에이전트에게 다 맡겨놨다. 에이전트가 좋은 조건으로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은 조건'이라는 말에는 국내보다는 해외 리그를 노리고 있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수 본인도 "좋은 조건은 지금으로서는 출전기회가 많은 팀이다. 외국에 나가게 된다면 그 점을 최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 잔류할 경우 다른 팀보다는 원소속팀인 두산 베어스에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현수는 "(국내에 잔류할 경우) 다른 팀은 큰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포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