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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감독 "이제 서울에 제주 징크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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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 제주 징크스 한번 안겨봐야죠."

제주는 서울만 만나면 치를 떨었다. 지긋지긋한 징크스에 시달렸다. 2008년 8월 27일 이후 7년 동안 23경기 연속 무승(8무 15패)에 시달렸다. 더 치욕적인 것은 제주의 서울전 홈 무승이었다. 2006년 3월 25일 이후 14경기 연속 무승(7무7패)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안방에서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웃지 못했다. 박경훈 전 감독이 물러나며 "서울을 못이겨본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을 정도다.

지난 8월29일 제주는 마침내 서울징크스를 넘었다. 2대1로 승리했다. 위기를 기회로 돌려세운 승리였기에 더욱 뜻 깊었다. 계속되는 악재에도 삭발 투혼을 보여줬던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자발적 합숙을 통해 심기일전을 다짐했고 마침내 지독한 악연의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조성환 감독은 "취임 할때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분위기도 거의 우승한 느낌이었다"며 "그 동안의 염원이 승리로 이어졌다. 감독을 잘못 만난 탓에 선수들이 머리도 깎고 이틀 전에 합숙도 했다.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고맙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안방에서 치르는 마지막 상대는 서울이다. 제주는 21일 오후 4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과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를 치른다. 제주의 투혼은 단지 그날의 감동에 멈추지 않는다. 홈 경기 최종전에서 서울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고 2016시즌 제주발 돌풍을 위한 예열을 가한다는 각오다. 이번에도 사정은 좋지 않다. 로페즈, 송진형, 김 현, 배재우 등 4명의 선수가 서울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난 서울전에서 파격에 가까운 3-5-2 포메이션으로 대어를 낚았던 조 감독은 또 다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 승리로 서울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냈다. 자신감도 얻었다. 이번에 이긴다면 거꾸로 서울에 제주 징크스를 안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마지막 홈경기인만큼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키맨은 알렉스다. 최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알렉스가 완벽한 위치 선정과 압도적인 피지컬로 서울의 키플레이어인 오스마르를 봉쇄할 계획이다.

한편, 제주는 서울전을 맞이해 또 하나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번 컨셉트는 '요리'다. 제주는 그간 서울전을 '타깃 매치'로 정하고,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켰다. 2013년 전쟁 컨셉트의 '탐라대첩'이 시작이었다. 경기장에 탱크가 등장했고, 관중들의 손에는 건빵이 주어졌다. 장군으로 분한 박경훈 전 감독은 군복을 입고 나타나 팬들을 열광시켰다. 2014년에는 당시 최고의 키워드였던 '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의리' 사진 콘테스트, '최고의 프으리킥', '승리의 맥주 빨리 마시으리' 등 다양한 이벤트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백미는 역시 박 전 감독이었다. 그는 의리 의상(가죽 점퍼, 선글라스, 블랙진)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이번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이 거대한 주방으로 바뀐다. 제주신라호텔 주방장 및 도내 유명 셰프들이 참여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최고의 맛을 선사하는 '제주 최고의 셰프들이 모였다'와 도내 유명 맛집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제주 최고의 맛집을 찾아라' 이벤트가 진행된다. 당초 제주 프런트는 백종원 최현석 등 스타 셰프를 초청할 계획이었다. 이들이 제주 선수들의 컨셉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당초 기획안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몸값도 비쌌고, 스케줄도 맞지 않았다. 대신 제주만의 먹거리로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제주도내 셰프들이 만든 음식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 제주는 그 전에도 제주 특산물을 알리기 위해 '흑돼지와 말이 경기장에 빠진 날'이라는 컨셉트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흑돼지와 말 바비큐 제공해왔다.

제주는 이날 팬들의 투표로 최고의 음식을 선정해 제주도의 대표 음식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