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점 싸움이다.
11일만에 다시 맞붙는 한국과 일본.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선 한국이 0대5의 완패를 당했다.
일본 선발 오타니에 눌려 고전했고 몇차례 찬스가 있었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몇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모든 면에서 일본에 졌다. 당시엔 예선전이라 그저 1패에 불과한 경기였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면 탈락이고 이겨야 결승에 오르는 단판 승부.
다시 오타니가 한국전에 나선다. 한국전 등판 이후 다른 경기엔 나서지 않았던 오타니다. 오로지 한국전을 위한 카드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한국도 그때처럼 허무한 경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에 패한 뒤 대만에 넘어와서 일본과 한번 더 붙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때와는 다른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말이었다.
결승의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일본은 개막전처럼 오타니의 빠른 공을 앞세워 승리를 하겠다는 전략이고 한국은 두번 지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선취점이 중요한 경기다. 큰 경기일수록 선취점이 중요하지만 한국에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선취점을 빼앗긴다면 한국으로선 힘든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한국 타자들은 빨리 만회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쫓기게 된다. 젊은 투수인 오타니가 자신감을 가지고 던지게 되면 한국 타자의 공략은 쉽지 않다.
선취점을 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 타자들의 기가 살아난다. 오타니는 젊은 투수인데다 큰 경기에 약한 면을 보여왔던 투수다. 한국이 선취점을 내면서 분위기를 잡아간다면 의외로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선취점이 빠를수록 좋지만 오타니의 공을 초반부터 때려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마운드가 버텨줘야 하는 상황. 김인식 감독은 선발 이대은에게 60개 정도만 던지게 하고 이후 불펜진을 풀가동할 계획을 밝혔다. 60개까지 전력을 다해 던져 일본 타선을 초반에 막겠다는 전략이다. 이대은이 초반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낸다면 조상우 차우찬 정우람 정대현 이현승 등의 막강 불펜진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타선의 폭발을 기대할 수 있다.
오타니에게 연속 안타를 뿜어내며 점수를 뽑기는 쉽지 않다. 타자가 출루한다면 번트나 히트앤드런 등 작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160㎞의 빠른 공에 한국 타자들이 얼마나 집중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8일 맞대결서도 한국은 0-2로 뒤진 5회초 2루타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서 허경민이 희생번트를 실패하며 분위기가 다우됐고, 기가 산 오타니는 허경민과 강민호 나성범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일본이 강하다고 해도 예선 때 힘든 경기를 했던 일본이다. 분명 빈틈이 있고 한국이 열심히 그 빈틈을 헤집는다면 일본이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