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초보 김도훈 인천 감독(45)이 '귀하신 몸'이 됐다.
올 시즌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처우가 크게 향상된다.
김 감독에 대한 처우 업그레이드는 다년계약, 연봉 인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구단에 따르면 최근 구단 자체 시즌 결산을 진행중인데 김 감독에 대해서는 최고의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구단이 올 시즌 처한 안팎 환경과 김 감독이 새내기 사령탑인 점 등을 감안할 때 K리그 감독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김 감독이 올 시즌 내보인 성적표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당장 가시적으로 인천 구단 출범(2004년) 이후 처음으로 FA컵 준우승을 일구며 구단 새역사를 썼다. 시즌 개막 전 "강등권만 면해도 다행"이란 평가를 들었던 팀을 상위 그룹 직전까지 끌어올렸다. 올 시즌 최다연승 공동 2위(4연승), 최소실점 공동 2위(31실점) 등으로 인천의 새로운 트렌드 '늑대축구'를 각인시켰다.
김 감독의 이같은 성과가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난국 속에서 일군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다른 팀들이 동계훈련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전임 감독 사퇴와 신임 감독 선임 난항을 겪었다. 여기에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대신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수혈하는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로 인해 김 감독은 1월 중순이 돼서야 인천 사령탑으로 선임돼 급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개막전 주축 멤버 설기현이 돌연 은퇴했고,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임금 체불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좋은 것이라곤 하나 없는 환경에서 '외인부대' 선수들을 이끌고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런 감독에 대해 구단이 높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김 감독에 대한 처우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올해 '1+1' 옵션 계약이었다. 급박하게 선임 작업을 거치느라 계약기간, 연봉 등에서 까다롭게 밀고 당길 겨를이 없었다. 초보 감독인 만큼 성과로 우선 보여줘야 했다.
흔히 '1+1' 옵션 계약은 일단 1년간 지휘봉을 맡긴 뒤 구단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면 계약 기간 1년을 연장하는 것으로, 조건부 단년 계약에 속한다. 이때 구단은 몇가지 가이드 라인을 설정한다.
인천의 경우 구단 현실을 볼 때 강등권(11, 12위)에 들지 않을 것, FA컵 4강, 10승 이상 등의 목표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프로축구계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이들 조건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인천 구단은 앞으로 김 감독과의 재계약 협상에서 현행 계약 형태를 폐기하고 다년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으로서 능력이 검증된 만큼 2∼3년 다년계약으로 지휘권의 안정에 중점을 둔다. 더불어 연봉도 상당 부분 인상해야 한다. 인천 구단이 내년부터 재정 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K리그 최저 수준 처우를 계속 밀고 나갈 명분이 없다. 성과에 걸맞은 연봉 인상과 성과급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천 구단은 "김 감독과 재계약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 금명간 원만한 계약조건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