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나간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가수 현진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떠 있었다.
현진영은 지난 15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이후 오랜 만에 예전의 인기를 맛봤다. "방송 이후 너무나 많은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애처럼 잠도 설치고 그랬다"고 들뜬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고 현진영의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119'로 나서 '여전사 캣츠걸'에 밀려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 하지만 방송 직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현진영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현진영에 관련된 기사가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말그대로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현진영이었던 셈.
'일밤-복면가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 현진영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근황과 이후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반응이 뜨겁다. 느낌은.
▶너무 좋다. 방송을 본 이후 계속 자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틈엔가 휴대폰에 손이 가 있더라.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웃음) 내가 1등 하는 것이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너무 신기하고 설레이고 이게 계속 유지 됐으면 좋겠다는 느낌도 생겼다.
-폭발적인 관심인데 예상은 했나.
▶전혀 못했다. 너무 감사한 동시에 아쉬운 것도 있었다. 그동안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재즈 뮤지션과 클럽 공연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그때는 쳐다도 안보던 사람들이 SNS에 '재즈 공연 다시 보고 싶다'는 댓글을 남기는 것을 확인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관심에 탄력을 받아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려야 겠다며 으X으X하는 마음도 생겼다.
-소방관 캐릭터는 직접 고른 것인가.
▶아니다. 제작진이 하라고 해서 한 것이다. 사실 의상이 너무 두꺼워서 싫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을 뺐는데 옷이 두꺼워서 뚱뚱해 보이더라.(웃음) 그런데 나중에 엉거주춤 댄스를 선보여야 했는데 그 춤은 큰 옷을 입어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제작진이 골라준 큰 옷이 고맙기도 했다.
-연예인 판정단이 전혀 예상을 못한 것 같다. 일부러 창법을 속인 것인가.
▶솔직히 얘기해서 '사노라면'은 록 창법을 했다. 내가 완전히 재즈 발성으로 변해있어 바꾸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다고 목소리를 바꾸려고는 하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떨어져 '편지' 부를때는 그냥 재즈 발성을 썼다. 반주는 재즈가 아니었지만 재즈적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1회전 탈락이 아쉽나.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그냥 짐을 더는 것 같았다. 사전 연습때 '여전사 캣츠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너무 잘불러 이기기는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 또 탈락 결과가 나오고 난 뒤 정체를 밝히면서 두번째 노래인 '편지'를 부르면 마음 편하게 잘부르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편지' 부르기 직전에 춤을 과격하게 춰 숨이 찼다. 방송에서는 편집되어 춤 추는 장면이 많이 안나왔지만 말이다. 미처 숨을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편지'를 불러 당시 불렀던 음원을 들어보니 실수한 부분들이 있더라.
-'흐린 기억 속에 그대'를 부르는 모습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더라. 예상보다 춤을 많이 추지 않던데.
▶일단 나는 뒤에 와와가 없으면 춤을 안춘다. 나 혼자 출 수도 있는데 무언가 허전하기 때문이다. 또 당일 입었던 옷이 너무 무거웠다. 실제로 신발이 워커여서 턴을 하다가 넘어질 뻔 했다.
-컴백 계획은 있나.
▶그동안 지난 2006년 발표한 '소리쳐봐' 이후 새 앨범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회사 걸그룹인 '투아이즈' 프로듀싱을 하고 조성모 앨범 프로듀싱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늦춰졌다. 우연하게 '일밤-복면가왕'으로 관심을 끌게 된 시점에 신곡을 발표하게 됐다. 다음달 초에 음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르는 재즈 힙합인데 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복면가왕'을 통해 증명됐듯이 현진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크다. 앞으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인기가 있을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오랜 만에 관심을 받다보니 욕심이 생긴다. 그동안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공백기를 줄일까 한다. 자주 좋은 노래를 발표해 대중이 기억하고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싱글을 자주 발표할 생각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