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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변수 아닌 운명결정한 오심,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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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갑자기 일본에서 회동을 갖고 급조된 대회. 여러가지 미흡한 것이 있을 수 있다. 대회 요강도 개최를 코앞에 두고 발표됐다. 어차피 국제대회는 변수가 많다. 이런 저런 변수에 어느 팀이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모르는 바 아니지만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오심에 이르러서야 할말을 잃었다.

한국은 15일 미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적 오심의 피해자가 됐다. 대만 출신인 왕천흥 2루심은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상황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미국쪽 편에 섰다. 1루주자의 발은 태그하는 정근우의 글러브 위에 얹혀있었다. 베이스에는 닿지도 않았다. 2루심은 눈 앞에서 이를 보고도 세이프를 선언했다. 콜은 번개처럼 빨랐다.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우규민은 후속타자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한국은 2대3으로 졌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초월한 듯 "심판이 그리 봤다면 어쩔 수 없지만 비디오 판독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속이 상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순위결정 토너먼트가 남아있어 말을 아꼈을 뿐이다.

이번 대회의 미숙한 일정 조정이나 허술한 선수단 지원 등은 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WBC를 개최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견제하고자 대회를 만들었지만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변수를 넘어 운명을 결정짓는 심판진의 횡포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야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번 대회 심판진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12개국 프로심판들로 구성돼 있다. '나름대로 잘 본다'는 심판을 차출했다는 것이 프리미어12 대회 조직위 설명이다. 한국에선 박종철 심판위원이 참가하고 있다.

대회 시작부터 문제가 됐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기계적으로 만들 수 없다. 저마다의 독특한 존이 있다. 이를 경기중인 양팀에 공평하게 적용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투수들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심판진의 스트라이크존은 '별모양'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워낙 들쭉날쭉하다 보니 투수와 타자 모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여기에 명백한 오심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대회 질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 결정적 오심으로 8강전에서 쿠바를 만나고, 4강에서 일본(일본이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을 또 만날 수 있다. 야구는 모르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다만 결과에 상관없이 원치않는 오심으로 운명이 바뀌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