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범된 K리그 챌린지(2부리그)는 '클래식파'와 '비클래식파'로 나눌 수 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강등된 팀과 클래식 출신 스타선수들로 구성된 상주, 안산이 '클래식파'에 속한다. 새롭게 가세한 서울 이랜드도 클래식급 투자와 선수단 구성으로 '클래식파'로 분류할 수 있다. 안양, 고양 등 내셔널리그에서 올라온 팀들과 부천, 안양 등 챌린지 합류를 위해 창단한 시민구단이 '비클래식파'다.
그간 챌린지는 '클래식파' 천하였다. 첫 해 승격팀은 상주였고, 2014년에도 대전이 압도적 성적으로 자동 승격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2~4위팀들도 안산, 강원, 광주였다. 광주가 극적으로 승격하며 2015년 클래식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상주와 안산은 매 년 클래식의 스타선수들이 가세하며 '상주셀로나', '레알 안산'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강등됐던 강원, 광주, 대전 등도 클래식 시절보다는 예산이 깎이기는 했지만, '비클래식파'에 속하는 클럽에 비해서는 많은 금액을 썼다. 좋은 선수들도 많이 남아 있었다. 전력에서 '비클래식파'를 압도했다.
마침내 이 같은 현상에 균열이 왔다. 수원FC가 승강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수원FC는 11일 상주를 제압하며 최소 4위를 확보했다. '비클래식파' 중 처음으로 클래식 승격 도전자격을 갖췄다. 내셔널리그에서 뛰던 수원FC(당시 수원시청)은 2013년 챌린지 출범과 함께 챌린지로 무대를 옮겼다. '수원 삼성과 더비를 치르고 싶다'는 수원FC의 외침을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셔널리그에서 강호로 불렸다고 하지만 프로는 또 다른 무대다.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쓰는 '클래식파'와의 경쟁이 쉽지 않아보였다.
수원FC의 무기는 '내실 다지기'였다. 수원FC는 정해진 50억원의 예산 안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았다. 무리한 투자로 임금이 체불되는 다른 클럽과는 달랐다. 물론 필요할때면 돈을 썼다. 스페인 1부리그 출신의 시시를 위해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팀을 꾸리면서 확실한 팀컬러도 만들었다. '공격축구'였다. 수원FC는 챌린지 입성 후 리그 최다득점 3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이렇다할 공격수 없이 '팀'으로 이룬 성과다. 챌린지 감독들 사이에서 "수원FC가 상대하기 가장 어렵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민들과 밀착하며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소년 육성에도 많은 공을 들이며 미래도 대비하고 있다. K리그는 지난 몇년간 거품 빼기가 한창이다.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모습으로 플레이오프행에 성공한 수원FC의 행보가 의미있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