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이 베테랑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플레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 대처 능력이나 경기를 보는 시야, 순간적 집중력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11일 대만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도미니카공화국전이 그랬다. 0-1로 끌려가다가 막판 타선이 폭발하며 역전승을 거둔 것은 국가대표의 터줏대감들이 이뤄낸 것.
6회까진 한심했다. 8일 일본전서 1점도 뽑지 못했던 한국은 이날도 6회까지 상대 선발 페레즈에 단 1안타의 빈공에 시달렸다.
7회초 투수가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고, 한국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선두 이용규가 바뀐 투수 론돈에게서 볼넷을 얻었고, 4번 이대호가 다시 바뀐 페르민을 상대로 좌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단숨에 2-1로 뒤집었다. 8회초엔 1사후 8번 강민호와 9번 김재호의 연속안타로 만든 1,2루의 찬스에서 정근우가 우월 2루타로 1점을 추가했고, 이어 이용규의 1루측 내야안타, 김현수의 3루타, 이대호의 좌전안타가 터지며 5점을 얻었다. 9회초에도 1사 1,2루서 정근우의 좌월 2루타와 이용규의 좌전안타가 이어지며 3점을 추가해서 10-1까지 벌어졌다.
정근우와 이용규 이대호는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국제대회 단골 출전자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2013년 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만 빼고 계속 국제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정근우는 타율 3할2푼(100타수 32안타)에 28득점, 11타점, 이용규는 85타수 26안타(타율 3할6리)에 29득점, 8타점을 올리며 테이블세터로서 맹활약했고, 이대호는 95타수 35안타(타율 0.368)에 6홈런, 33타점을 기록하며 국제대회에서도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이대호는 매 대회마다 기복없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꾸준함을 보였.
김현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WBC,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프로선수들이 주축이 된 모든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104타수 42안타로 타율이 무려 4할4리. 홈런은 없었지만 19타점을 올려 찬스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며 국제무대에서도 타격머신의 위용을 뽐냈다.
이번 대회엔 이러한 국가대표 베테랑들과 박병호 나성범 민병헌 오재원 황재균 등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된 야수들이 나섰다. 이대호나 정근우 등이 계속 국가대표로 나설 수는 없다. 이들도 언젠가는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경험많은 베테랑들이 끌어줄 때 국대 신인들이 받쳐주며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야 한국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계속 강호로 군림할 수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