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의 강점은 마운드보다는 타선이다. 특히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등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파워와 정확성을 고루 갖춰 역대 최강급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중심타자들의 활약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홈런포가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터졌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추신수와 강정호가 각각 3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강정호와 박병호가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등 중심타자들의 대포가 터져야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4~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단 한 개의 홈런도 쏘아올리지 못했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였고, 변화구 위주로 상대한 쿠바 투수들에게 고전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국내 리그 공인구보다 다소 반발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공을 쓰다보니 비거리가 짧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홈런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는다고 했다. 5일 평가전을 마치고 김 감독은 "못 치더라도 결정적일 때 치면 된다. 잘 치다가 못 칠 수도 있다. 찬스에서 쳐주면 된다. 국제무대에서 결정적일 때 한 방 날려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결정적일 때의 대표적인 홈런은 그 주인공이 이승엽이었다. 2006년 WBC때 일본과의 도쿄돔 경기에서 우월 홈런을 치며 팀승리를 이끌었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슬럼프가 이어지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특급 마무리 이와세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때려내며 결승행의 수훈갑이 됐다.
이승엽의 계보를 이을 선수는 역시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다. 이대호는 올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31개의 홈런을 때렸고, 박병호와 김현수는 올 정규시즌서 각각 53홈런, 28홈런을 날렸다. 홈런에 관해서는 참가 12개국 어느 타자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쿠바와의 경기는 어디까지나 컨디션을 점검하는 평가전이었지 장타력을 뽐내야 하는 무대는 아니었다. 박병호가 2경기서 5개의 삼진을 다하고 이대호가 사구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했지만, 본 대회에서는 다른 타격을 할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기대감이다.
한편, 6일 일본 삿포로로 출국한 한국 대표팀은 7일 훈련을 한 뒤 8일 일본과 개막전을 갖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