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가뜩이나 투수 자원이 부족한 마당에 언더핸드 선발 우규민마저 상대가 때린 타구에 오른손을 강타 당했기 때문이다.
우규민은 5일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소속팀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 우려대로 1회부터 고전했다. 그는 1번 훌리오 마르티네스에게 기습 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2번 에스타일레 에르난데스는 좌월 2루타였다. 무사 2,3루에서 3번 루르데스 구리엘은 우익수 플라이. 3루 주자 마르티네스는 홈을 밟았고, 2루 주자 에르난데스는 3루까지 진루했다.
여기서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계속된 1사 3루에서 4번 율리에스키 구리엘이 때린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날아가며, 우규민이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던 것. 그는 넷째와 새끼 손가락 사이 손등에 타구를 맞았다. 곧장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 선동열 투수 코치,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상태를 확인한 뒤 서둘러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두 번째 투수로는 장원준이 등판했다.
부상 당시 골절까지 의심됐던 우규민은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단순 타박 진단을 받았다. 고척돔 인근 구로성심병원에서 X-레이 촬영을 한 결과 최악의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도 3회께 이 소식을 접한 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우규민이 골절상을 입었다면 엔트리 변경이 불가피했기에 또 한 번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이미 윤석민 양현종 등 KIA 선수들이 애초 부상으로 출전 불가 통보를 하며 마운드가 예년에 비해 헐거워졌다고 걱정하던 터였다. 또 포스트시즌 기간에는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삼성의 핵심 투수 3명이 원정 도박 의혹에 휩싸이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들 3명의 자리는 장원준 임창민 심창민이 메웠지만 심창민은 컨디션이 뚝 떨어진 상태다. 그런 와중이 우규민까지 빠졌다면 김 감독은 깊은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고척돔=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