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수원 5대1 승리, 6월 27일 0대0 무승부, 9월 19일 FC서울 3대0 승리, 올 시즌 슈퍼매치는 롤러코스터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슈퍼매치의 화두를 '성장 촉진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과가 잘못됐을 때 비통한 시간들을 잊을 수 없고, 원하는 결과를 냈을 때는 희열을 느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다보니 하고 싶지 않은 경기 중 하나다.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라며 웃었다. 미소 속에 감독의 고충이 느껴졌다.
최 감독의 말에 서정원 수원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슈퍼매치를 '설레는 경기'로 정의했다. "최 감독과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물론 슈퍼매치는 기다려지고 설레는 경기다. 아픔도 있지만 배우고 발전적인 것이 많다."
K리그가 자랑하는 최고의 상품인 슈퍼매치의 장이 선다. 수원→서울→수원에 이어 이번 무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7일 오후 3시,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의 휘슬이 울린다. 올 시즌 승부의 끈은 팽팽하다. 1승1무1패, 최후의 일전에서 희비가 가려진다. 두 감독은 다시 한번 운명과 마주해야 한다. 슈퍼매치에서 승리하면 기쁨이 곱절이지만, 패하면 아픔도 곱절이다.
시즌이 막바지라 변수가 많다. 그러나 두 감독은 늘 그랬듯이 양보없는 혈전을 예고했다.
▶FA컵 우승과 K리그 순위 싸움
최 감독과 서 감독은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 참석, 나란히 자리했다. 최 감독은 여유가 흘렀다. 지난 주말 FA컵 우승의 환희는 표정에서도 읽혀졌다. 서울은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K리그는 순위 싸움만 남았다. 서울은 현재 4위(승점 58)에 위치해 있다. 반면 서 감독은 갈 길이 바쁘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1무1패를 기록, 2위에서 3위(승점 58) 한 계단 떨어졌다. 2위 포항(승점 62)과는 승점 1점, 서울과는 3점 차다.
최 감독은 "급한 쪽은 상대"라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 "마지막 슈퍼매치는 팬들이 원하는 골이 많이 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고 싶다. FA컵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느슨하거나 정신력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감독은 "최 감독의 이야기가 긴 것을 보니 들떠 있는 것 같다"고 자극한 후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1년 동안 꾸준하게 해 온대로 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마지막 3경기가 남았고, 충분히 2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있다. 3경기가 끝나 봐야 순위가 결정된다"고 했다. K리그 2위는 ACL 조별리그 본선에 직행하지만, 3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어느 팀이 더 간절할까
서울은 아드리아노와 차두리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차두리의 경우 FA컵에서 정상에 선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수원은 이상호와 오범석이 경고누적으로 함께할 수 없다. 전력 누수는 서울이 더 크게 느껴진다.
최 감독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매번 슈퍼매치를 앞두고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준비과정부터 설렌다. 팀에 없어서는 안될 공수의 주축인 아드리아노와 차두리가 출전하지 못한다. 정해진 주전은 없다. 가능성 있는 친구들의 준비 과정을 보면 더 기대가 된다." 서 감독도 "라이벌전은 누가 뛰고, 안 뛰고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은 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계했다.
두 팀 사령탑은 이구동성으로 승부처를 '간절함'으로 꼽았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는 예측이 어렵다. 골도 상당히 많이 나고, 예기치 못한 실수로 흐름이 바뀐다. 누가 더 간절함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 감독도 "지난 것은 지난 것이다. 슈퍼매치의 마지막 결과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결과를 내야하는 경기며, 역시 간절함이 관건"이라고 화답했다.
▶차두리 현역 은퇴식
차두리의 현역 은퇴식이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열린다. 서울은 차두리의 배번 5번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전반 5분 '차두리 타임'을 갖는다. 기립박수를 차두리에게 선물할 게획이다. 또 차두리 은퇴 기념 클래퍼를 1만5000개를 배포한다. 하프타임에는 차두리의 활약상을 상영하고, 미니 토크쇼를 통해 은퇴 소감도 밝힌다.
최 감독은 "의미가 남다른 슈퍼매치다. 이기는 경기를 통해 차두리의 '제2의 축구인생'에 대한 성공을 기원해주고 싶다. 원하는 결과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 감독은 "차두리는 정말 좋은 선수다. 지난번에는 우리가 패했는데 마지막 슈퍼매치는 승리를 장식하고 싶다. 토요일 비가 예보돼 있다. 비오는 날 재미난 축구를 관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슈퍼매치는 풍성하다. 다만 승부는 전쟁이다. 결전이 임박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