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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관전평]두산 잔루병 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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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다. 포스트시즌에선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한 타자, 한 이닝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의 탄식과 기쁨의 환호성이 터진다. 진 쪽은 사소한 것도 불만이고, 이긴 쪽은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인다. 담당기자가 잠시 이성을 내려놓고 철저히 팬의 눈으로 편파적인 관전평을 썼다. 팬과 공감하는 편파 해설, 용감한 관전평이다. <편집자주>

[용감한 관전평] 삼성 편에서

두산팬들은 기뻐할 것이다. 이겼으니까. 그러나 경기를 자세히 보면 그리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두산은 5점을 뽑았다. 안타 6개와 4사구 8개로 무려 14명이 주자로 나갔는데 홈까지 들어온 선수는 겨우 5명에 불과했다. 잔루가 많은 것이 두산 타선의 약점인데 이것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이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졌다면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다운될 위기였다.

두산 타자들은 득점권에서 13번이나 타석에 들어섰다. 볼넷이 2개, 희생번트 2개와 희생플라이 1개가 나왔고, 나머지 8번의 타석에서 안타는 단 1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4회말 1사 2,3루서 박건우의 안타가 유일했다. 분명 기록만 보면 두산이 훨씬 앞설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그만큼 두산 선수들이 찬스에서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볼넷을 남발하는 클로이드를 상대로 찬스에서 덤벼드는 타격으로 찬스를 날리기 일쑤였다. 타격감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듯. 두산은 7회와 8회엔 평범하게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경기 후반엔 체력적으로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삼성 타자들은 두산 선발 장원준에게 밀렸기 때문에 득점이 적었다. 아무리 잘치는 타자도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많이 치는 것은 쉽지 않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 된다. 오히려 두산 선수들이 조금씩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는 3차전이었다.

두산 타선의 또하나의 걱정은 바로 1루수다. 1루수는 수비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잘치는 타자가 맡는 포지션이다. 그런데 두산은 1루수가 한국시리즈 들어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1차전서 오재일이 나왔지만 안타없이 8회말 결정적인 실책까지 저질러 역전패를 했고, 2차전엔 로메로가 나왔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차전에도 로메로가 선발로 나왔지만 역시나 무안타. 로메로가 타석에 나올 때 1루측 두산 팬들의 박수소리도 매우 적었다. 두산의 열광적인 팬들마저 그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6회말 오재일이 대타로 나왔으나 끝내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1루수가 8번 타순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두산으로선 불쌍한 일이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