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1위 제조업체 한국타이어가 의도적으로 산업재해를 은폐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신청을 한국타이어가 사실상 막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또한 회사측이 비판적인 성향의 근로자를 특별히 관리한다는 문건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직·간접적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한국타이어로서는 악재가 겹치며 당혹스런 분위기다.
▶산업재해율 0%대…은폐 의혹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2013년 산업재해율은 각각 0.99%, 0.74%다. 국내 최대 타이어 제조사지만 다른 동종 업체의 산재율 5%대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안전한 근로 환경 제공과 근로자들의 안전 의식 고취 때문이 아니라 사측의 교묘한 산재 은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노조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타이어가 산업 재해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이 산재 신청을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측은 "근로자가 산재 신청하면 사측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고, 산재신청자가 업무에 복귀할 때는 재해 부위와 상관없이 체력장을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산재 신청을 하려면 불이익과 고용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것.
특히 산재 신청과 관련, 회사의 회유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장훈 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장은 "산재가 발생하면 산재 신청을 못하게 사측이 협박하고 회유한다"며 "회사 관리자는 가족에게 전화해 '산재신청하면 해고될 수도 있다'는 식의 말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5월 갈비뼈 골절상을 입은 한 노동자는 관리자와 면담하다가 '산재 신청을 하면 인사고과 D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노조는 한국타이어의 재해자 복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노조에 따르면 산재 신청자가 업무에 복귀하려면 줄넘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10종류의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회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출근을 시키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대전공장은 재해 부위와 상관없이 체력장을 통과해야 산재 신청자가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며 "이같은 체력 테스트는 산재 신청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지회 한 조합원은 "공상 처리 노동자는 체력장 대상에서 제외한다. 산재 치료를 받지 않은 노동자도 체력장을 한 번에 통과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정애 의원은 "노동부는 매년 산재 발생률이 줄었다고 발표하지만 실상은 산재 은폐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한국타이어는 이미 산재 문제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노동부가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으니 여전히 산재를 은폐하고 있다. 노동부는 제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한국타이어의 산재 은폐 사례를 모아 고소·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산재 신청시 불이익은 전혀 없다"며 "체력장의 경우 현장 근무를 위한 사전 테스트로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공상 처리 노동자도 (몸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 현장 근무를 위해서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암과 심장질환으로 인한 산재사망자가 8명이 발생, 당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1394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비판적 성향 근로자 특별관리?
한국타이어가 소위 회사에 비판적인 성향의 근로자를 특별 관리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중간관리자 포함 근로자 13명으로 구성된 회사 분임조의 하나인 '청룡'에 대해 언급했다.
근로자들의 실명까지 언급된 문건에는 우호적인 그룹과 관리 대상, 비우호적 그룹으로 근로자들을 분류했다. 또한 '관리방침에 지극히 호의적인 인원으로 분류됨', '지시를 상당히 싫어하며 마음을 닫고 있음' 등 근로자 개별 성향도 따로 분석했다. 아울러 '커피타임 등 주기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함', '식사 모임(애로사항 청취) 등 주기적 관리가 필요함' 등 근로자 개별에 대해 관리방향을 적고 '○, △'와 같이 우호 정도를 분류했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이 문건이 회사에 비판적인 근로자가 노조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 선거에 개입한 의혹의 '2014년 한마음 행사 준비' 문건과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노조법 81조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이를 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우 의원은 "2009년에 2014년 문건까지 회사의 노조 지배, 개입 불법 행태는 매우 조직적인 형태로 과거부터 행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노동부는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부가 한국타이어에 대해 봐주기식으로 처리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가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휩싸인 골프·비틀 등 폭스바겐의 대표 차종에 한국타이어 제품이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판매한 3600만개 신차용 타이어(OE) 가운데 29%에 해당하는 1000만개를 폭스바겐에 공급했다. 폭스바겐은 한국타이어로서는 현대·기아차에 이은 3번째 큰 거래처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미국과 중국 등 공장의 증설도 추진 중이어서 이번 폭스바겐 사태 불똥이 튈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