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마지막까지 강한 인상을 남길까.
예비 FA(자유계약선수)들이 '가을야구'를 대하는 느낌은 다르다. 그들은 똑같은 마음자세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 날카롭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에는 굵직한 FA들이 있다. 먼저 2승을 챙긴 두산엔 중심 타자 김현수와 주장 오재원이 FA 자격을 갖췄다. 2패로 벼랑 끝으로 몰린 넥센엔 유한준 이택근 손승락이 사실상 FA가 됐다. 박병호는 FA는 아니지만 구단 허락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예비 FA들은 2015시즌 페넌트레이스를 통해 A급 성적을 냈다. 김현수(타율 0.326 28홈런 121타점) 유한준(타율 0.362 23홈런 116타점)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택근(타율 0.326 10홈런 44타점) 오재원(타율 0.280 11홈런 59타점 31도루)도 나쁘지 않았다. 손승락은 23세이브(4승6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박병호(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도 이번 시즌을 통해 KBO리그 최고의 슬러거라는 걸 다시 입증해보였다.
김현수는 선택의 폭이 넓다. 완전 FA이다. 국내외 어디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이미 다수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그를 관찰했다. 두산도 김현수를 원한다. 국내 FA 시장에 풀린다면 다른 팀들도 김현수 영입에 뛰어들 것이다. 국가대표급 2루수인 오재원도 FA 시장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공수에서 모두 인정을 받은 유한준은 이미 다수의 팀들이 원하는 FA가 돼 버렸다, 이택근은 두번째 FA 계약을 노리고 있다. 국내 대표 마무리 손승락도 올해까지 6년 동안 177세이브를 올린 만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만약 포스팅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넥센에 잔류하게 된다.
이들에게 포스트시즌은 자신들의 가치를 재확인시킬 수 있는 보너스 무대다. 단기전이지만 집중도가 높다. 따라서 가을야구에서의 반짝 활약은 예상 몸값을 높혀준다. 가까운 예로 2년 전 최준석(당시 두산, 현 롯데)은 포스트시즌에만 6홈런을 친 후 롯데와 전격 FA 계약했다. 반면 단기전에서 부진할 경우 FA 협상 과정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준PO 두 경기에선 김현수와 손승락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4번 타자 김현수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두산의 2연승에 기여했다. 손승락은 마무리 대신 중간 투수로 4이닝 동안 1안타 3탈삼진 1실점했다. 특히 손승락은 11일 두산전에서 2⅔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
반면 유한준(7타수 무안타) 이택근(8타수 1안타) 박병호(5타수 1안타 2타점)는 팀의 2연패와 맞물려 부진이 도드라졌다. 오재원(8타수 2안타 1타점)은 팀 2연승으로 개인 성적이 일정 부분 가려졌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예비 FA 중 누가 준PO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까. 개인과 팀 성적 모두 중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