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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염경엽의 동상동몽 "외인 타자들 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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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 외국인 선수가 갖고 있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외국인 투수, 외국인 타자가 활약하는 팀이 승리에 다가간다.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50%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을 야구'에서는 그 이상이다.

두산과 넥센은 투수보다는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에게 시선이 쏠리는 팀이다. 두산은 올 시즌 내내 외인 타자가 제 몫을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우선 오프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잭 루츠는 방출됐다. 예상보다 허리 통증이 심각했다. 대체 외인 로메로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다.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평을 들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이하였다. 수비도 불안해 막판에는 벤치에 있는 경기가 많았다.

넥센은 지난해 LG에서 뛴 스나이더가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휴가를 줄테니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 판단해 보라"고 특별 조치까지 취할 정도였다. 다행히 스나이더는 점차 살아나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제대로 걸리면 무조건 넘어간다는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래도 여전히 약점이 뚜렷하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선발 라인업에 제외된 채 벤치에서 지켜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0일부터 열리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이 외국인 타자에게 거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잘 해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김태형 감독은 "로메로를 엔트리에 넣었다. 활용 방안을 놓고 코칭스태프와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로메로가 목동구장에서 강하다. 밴헤켄을 상대로도 잘 쳤다"고 말했다.

로메로는 올 시즌 76경기에 출전해 65타수 67안타 타율 2할5푼3리에 12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정교함이 떨어지고 생각보다 파워가 좋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목동에서는 22타수 6안타 타율 2할7푼3리로 시즌 타율보다 높다. 6개의 안타 중 3개는 홈런, 2루타가 한 방이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말대로 밴헤켄에게 강했다. 8타수 3안타 타율 3할7푼5리에 1홈런 4타점이다. 그는 뚝 떨어지는 밴헤켄의 포크볼을 제대로 공략했다.

스나이더는 애초 김광현(SK)의 슬라이더에 전혀 대처하지 못해 WC 1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가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는 투수가 4명 있다. 김광현을 포함해 박종훈(SK), 해커(NC), 진야곱(두산)"이라며 "오늘 스나이더는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상대 팀에 좋은 왼손 투수가 많지만 서건창, 고종욱, 스나이더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스나이더가 두산 왼손을 상대로는 타이밍도 괜찮다"고 말했다.

결국 10일부터 벌어지는 준플레이오프는 외국인 타자의 한 방에 의해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넥센은 WC에서 스나이더의 동점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이를 TV로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도 로메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을 것이다. 외국인 타자를 바라보는 두 사령탑의 동상동몽. 누구의 방망이가 폭발할지 주목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