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의 묘미 중 하나는 '신데렐라'의 깜짝 출현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주춤했거나 이름값이 떨어졌던 선수들의 결정적인 한방 또는 호투로 팀의 운명이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을야구의 속성상 투수 보다는 타자 쪽에서 깜짝 스타가 더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런 신데렐라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걸까.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깜짝 스타를 만드는 건 방심과 실투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깜짝 스타가 되는 타자 입장에선 노림수가 제대로 통한 것이고, 반대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는 투수 입장에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얻어 맞는 셈이다.
OB(현 두산) 김유동은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에서 상대 투수 이선희를 공략, KBO리그 포스트시즌 첫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김유동은 그해 페넌트레이스에서 타율 2할4푼5리 6홈런 23타점으로 기대치에 한참 모자랐다.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인 김유동은 그 만루포 한방으로 원년 가을야구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해태(현 KIA) 차영화는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2방으로신데렐라가 됐다. 삼성 에이스 김시진과 권영호를 한번씩 두들겼다. 시즌 타율 2할도 채 넘지 못했던 차영화는 거짓말 같은 깜짝 활약으로 해태의 창단 두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2001시즌 가을야구에서 홍원기(당시 두산)의 활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홈런,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홈런을 몰아쳤다.
포수 용덕한(당시 롯데, 현 NC)은 2012시즌 준플레이오프 MVP에 뽑혔다. 당시 2차전에서 홍상삼(두산)을 공략, 결승 홈런포를 날렸었다. 당시 용덕한이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맹활하자 '백업의 반란'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용덕한은 친정팀 투수들의 구질과 볼배합을 훤하게 알고 있었다.
최준석(당시 두산, 현 롯데)은 2013년 포스트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통한다. 포스트시즌에서만 6홈런을 몰아쳤다. 6홈런 중 2개는 대타로 나와 쏘아올렸다. 그 신들린 듯한 괴력으로 그해말 롯데와 좋은 조건으로 FA(4년 35억원)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최고의 깜짝 스타는 LG 포수 최경철이었다. 그는 NC와의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다. 최경철은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려버렸다. 웨버의 몸쪽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한 전문가는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 보다 더 집중력이 요구된다. 투수들은 전력을 다해서 던지고, 타자들은 좀더 면밀한 분석과 분명한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 따라서 투수들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타자 보다 약한 타자를 상대할 때 풀릴 수 있다. 게다가 몰리는 실투가 겹쳐지면 타자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거의 매해 가을야구의 깜짝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올해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