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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호투 못살린 SK 타선, 하필 이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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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발투수는 동료들의 도움없이는 빛을 발하기 힘들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김광현과 장원준이 1일 인천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두 투수 모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김광현의 패전. 김광현은 7⅔이닝 동안 2실점했고, 장원준은 5이닝 1실점으로 승패없이 물러났다. 김광현은 1-1 동점이던 8회초 2사 1루서 강판한 뒤 불펜투수 윤길현이 후속 타자에게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2실점을 안고 패전투수가 됐다. 장원준은 또다시 승리를 따내지 못했으나, 실점을 최소화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SK로서는 김광현이 에이스의 면모를 발휘하며 역투를 펼친 것이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졌을 경기. 타자들이 숱한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침묵해 김광현이나 SK 모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6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1.5경기로 좁혀졌다. 반면 두산은 이날 한화 이글스를 꺾은 넥센 히어로즈와 공동 3위를 유지했다.

김광현과 장원준 모두 최근 부진에서 탈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등판했다. 김광현은 지난달 21일과 26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연패를 당했고, 장원준은 지난달 2일 SK전에서 시즌 12승을 거둔 뒤 4경기에서 3패만을 안았다.

장원준은 올시즌 SK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고 평균자책점 1.33의 위력을 과시했던 터. 이날도 비록 5이닝 투구에 그쳤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며 선발 몫을 제대로 했다.

SK는 당초 김광현에게 5일 휴식을 주고 2일 NC 다이노스전에 내세울 생각도 했지만, 시즌 막판 기 싸움에서 밀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이날 등판을 강행시켰다. 경기 전 김용희 감독은 "최근 광현이가 3경기 연속 4일 휴식후 나갔는데, 굳이 하루 더 휴식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불펜피칭에서 컨디션에 이상이 없음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층 노련해진 경기 운영을 앞세워 7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주자가 나갔을 때 집중력을 발휘하는 완급조절 피칭이 빛을 발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가볍게 출발한 김광현은 1-0으로 앞선 2회에는 2사후 오재원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견제로 잡아냈다.

그러나 3회 선두타자 고영민에게 2B1S에서 던진 145㎞짜리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지다 좌월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세 타자를 모조리 제압한 김광현은 4회 1사후 민병헌과 김현수를 각각 중전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지만 양의지를 우익수플라이,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를 병살타를 유도하며 가볍게 넘긴 김광현은 6회 허경민과 박건우를 연속 삼진처리한 뒤 민병헌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7회에는 1사후 양의지에게 좌측 2루타, 오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고영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2루주자 양의지를 주루사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8회에도 2사까지 잘 잡은 뒤 허경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원준은 투구수가 많아 5회까지 던진 점이 아쉬웠다. 1회 안타 2개와 4사구 2개를 내주며 먼저 점수를 준 장원준은 2회에도 1사후 나주환과 이명기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2회까지 48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장원준은 3,4회를 삼자범퇴로 잘 틀어막았으나, 5회 2사후 이재원에게 9구째 볼넷을 내주고 정의윤에게 좌전안타를 맞는 바람에 6회까지 이닝을 끌고 갈 수 없었다. 두산은 1-1 동점이던 6회말 장원준을 노경은으로 교체했다.

SK는 최근 폭발했던 타선이 맥없이 물러나 필승카드 김광현의 호투가 빛을 잃었다. 김광현은 14승5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정규시즌을 사실상 마감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