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휩싸였던 '깜짝 선발'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한화가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스와의 홈경기를 7대5로 이기며 '5강 탈환'을 위한 마지막 투혼을 보여줬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가 데뷔 첫 연타석 홈런으로 힘을 실어준 덕도 크지만, 누가 뭐래도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군 제대후 깜짝 선발로 나온 좌완 김용주였다. 신인 시절이던 지난 2010년 9월18일 대전 롯데전 이후 무려 1837일 만의 1군 경기 선발 등판이었다. 2013년 말 상무에 입대한 김용주는 지난 22일 전역해 29일자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김용주의 선발 등판이 예고되자 논란이 일었다. 상무에서 전역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됐고, 1군 선발 경험이 일천한 투수를 기용하는 것이 지나친 모험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5강을 위해)마지막까지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김용주는 상무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왔던 선수다. 이날 선발 등판이 무리한 일정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동원해볼 만한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김용주의 선발 투입은 큰 성공이었다. 김용주는 이날 5회까지 삼성 막강타선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6회에도 나왔지만, 선두타자 박한이에게 중전안타에 이어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한화 벤치는 김용주의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 박자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뒤를 이은 송창식이 무사 1, 2루에서 나바로에게 3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김용주의 자책점이 2점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갓 제대한 투수가 리그 최강팀 삼성을 상대로 5이닝 3안타 2볼넷 2실점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결국 김용주는 데뷔 첫 1군 경기 승리를 기분좋은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이날 김용주의 레퍼토리는 단순했다. 게다가 구속이 빠르지도 않았다. 총 69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35개)는 최고 구속이 140㎞였다. 슬라이더(24개)는 123~130㎞가 나왔고, 커브는 113~116㎞였다. 하지만 제구력은 절묘했다. 특히 배짱이 뛰어났다. 3B 이후에도 직구와 변화구를 거침없이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다. 4회초 2사 1루 때 채태인에게 3B로 볼카운트가 몰렸는데도 직구 2개와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낸 장면이 압권.
다소 빠른 타이밍에 교체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속사정이 있었다. 22일에 제대한 김용주는 불펜투구를 통해 구위를 재조정하고 있었다. 지난 27일에도 불펜에서 100여개의 공을 던졌다. 그래서 사실 이날 많은 공을 던지긴 어려웠다. 69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던 6회 무사 1, 2루 상황은 여러모로 교체의 적기였다. 다만 송창식의 구위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어쨌든 한화로서는 소득이 컸다. 승리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 선발감을 하나 찾아낸 셈이다. 이날 활약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분좋은 첫 승을 발판삼은 김용주가 본격적인 1군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 한화는 2016시즌 새로운 선발 요원을 얻을 수 있다. 김용주의 이날 투구는 올해가 아닌 한화의 내년 이후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데뷔 첫 승을 따낸 김용주는 "얼떨떨하고 행복하다. 부모님과 오늘 같이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오늘은 공이 낮게 제구됐고, 슬라이더가 특히 잘 들어갔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무시절 동안 자신감이 좋아졌고, 야구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도 달라졌다"며 군복무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용주는 "앞으로는 선발 뿐만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든 꾸준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