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인천-전남, 울산-서울, FA컵 4강전 테마는 '절친'

by

FA컵 4강전의 테마는 '절친'이다.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5년 하나은행 FA컵 4강 대진 추첨이 열렸다. 가장 먼저 조추첨에 최용수 서울 감독이 나섰다. 별을 꺼내 들었다. 두 번째 경기 원정팀에 해당하는 번호였다. 이어 다음 주자로 노상래 전남 감독이 나섰다. 노 감독은 2번을 뽑았다. 첫번째 경기 원정팀의 번호다. 윤정환 울산 감독이 3번을 뽑아들며 서울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자연스레 인천과 전남이 맞붙게 됐다.

인천-전남, 울산-서울, FA컵 4강 대진은 각 감독과의 인연들로 얽혀 있다. 김도훈 인천 감독과 노 감독은 1970년생 동갑내기다. 사조직인 견우회 멤버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도 상위스플릿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진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뻔한 얘기들이 오갔다. 김 감독은 "친구간의 대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노 감독은 "나도, 친구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감독의 자존심에 불이 붙는 질문이 들어왔다. '친구야, 나한테 이건 안돼'에 대해 물었다. 노 감독은 "현역때보면 나보다 좋은 모습 많이 보였다. 하지만 승부욕만큼은 내가 김 감독 보다 낫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김 감독이 응수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욕이 승부욕이다"고 웃은 뒤 "노 감독이 승부욕에서 앞섰을수도 있지만 결과는 내가 더 좋지 않았나"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노 감독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도자로는 내가 더 나을 수 있도록 하겠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최용수 감독과 윤정환 감독도 인연이 깊다. 최 감독과 윤 감독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대표팀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윤 감독의 패스를 받아 최 감독이 마무리하는 장면을 여러차례 만들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두 감독의 맞대결은 시즌 초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두 감독은 벼랑 끝 단판승부인 FA컵에서 만났다. 리그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는 최 감독과 달리 일찌감치 그룹B행을 확정지은 윤 감독이 더 간절해보였다. 윤 감독은 "현역 때 많은 골의 도움을 줬기 때문에 이제 받아야 한다. 구걸하는 것은 아니다. 정정당당한 경기를 통해 받아가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선수때 윤감독 덕에 더 빛날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한다. 현재 내코가 석자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픔을 지우고 싶다. 도움은 내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 감독에게 '정말 윤 감독의 패스 때문에 좋은 공격수가 됐다고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잡은 최 감독은 "나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슈팅본능 등 조그마한 장점 있었다. 내입으로 말하기 부끄럽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자 기자회견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울산-서울전의 또 다른 키워드는 김신욱이었다. 김신욱은 인터뷰에서 "FA컵 상대로 서울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김신욱은 "4강이 아니라 결승에서 붙고 싶다는 얘기였다"며 발을 뺐다. 두 팀의 승부는 김신욱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막을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감독은 "우리의 강점이자 약점이 신욱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도 "지난 몇년간 김신욱 트라우마가 있었다. 김신욱을 어떻게 막느냐 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겠다. 머리를 비울 생각"이라고 했다.

인천-전남, 울산-서울의 FA컵 4강전은 10월14일, 인천과 울산에서 열린다.

한편, 5라운드 MOR에는 울산의 김신욱이, 6라운드 MOR에는 서울의 박주영이 선정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