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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제조기, 박병호는 5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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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29·넥센)는 올해도 성장했다. 매 시즌 뒤 그 해 성적은 잊고 약점 보완에 나선다는 목표와 다짐. 그의 초심은 지난 겨울에도 유효했다.

2011년 LG에서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돼 거둔 성적은 66경기 타율 2할5푼4리 13홈런 31타점이다. 2012년은 133경기에서 타율 2할9푼에 31홈런 105타점, 2013년에는 128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에 37홈런 117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2014년. 개인 최초로 50홈런을 넘어섰다. 128경기에서 타율 3할3리에 52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도 그는 22일 현재 130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50홈런 138타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타자다. 홈런뿐 아니라 2루타, 안타가 많아 358루타로 이 부문 신기록까지 세웠다.

히어로즈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창단 후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매번 실패해지만 4번 타자를 영입하기 위한 트레이드 문의는 계속됐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박병호가 구단의 정성에 보답하는 중이다. 리그에서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는 팀. 5년 동안 거침없이 성장한 박병호 덕분이다.

▶기술적인 변화의 정점, 놀라운 대응력

넥센 유니폼을 입고 보인 기술적인 변화는, 가장 먼저 방망이 위치였다. 배트를 쥔 손의 위치가 너무 낮다고 판단해 겨드랑이 부근에 있던 타격 전 손 위치를 귀 옆까지 들어 올렸다. 여기가 바로 공을 가장 힘 있게 때릴 수 있는 파워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그 때부터 펄펄 날았다. 타격폼을 바꾼 순간은 당장 힘들었지만 홈런 개수가 늘어났다. 또 드라이브가 걸리는 타구가 줄었고 공의 윗부분을 때리는 확률도 뚝 떨어졌다.

진화는 계속됐다. 방망이를 잡은 오른손을 일찍 놓으면서 상대의 결정구를 파울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박병호는 원래 몸쪽 높은 공이 약점이다. 모든 타자들이 애를 먹는 그 코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완벽한 코스의 공을 커트하며 투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던질 곳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작년부터는 그 코스의 공을 홈런으로 연결하는 믿기 힘든 진화를 거듭했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그런 선수는 처음 봤다. 타자는 '이렇게 치면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중요한데 박병호가 몸쪽 공에 대해 확실히 자신 만의 기술을 습득한 것 같다"고 극찬했다.

7년 차 FA 자격을 얻는 올해도 작년과는 또 다르다. 박병호는 상황에 따라 타격폼을 조금씩 바꾸면서 대처 능력까지 극대화시켰다. 그는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스탠스나 스트라이드 폭을 조금씩 조절한다. 몸쪽 승부를 즐겨하는 왼손 투수가 나오면 양 발 폭을 줄이는 식이다. 그는 지난 21일 창원 NC전에서 사상 첫 두 시즌 연속 50홈런 때린 뒤에도 "상황에 따라 폼을 바꾼다. 초구에 안 맞았으면 2구째 바꾼다 등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매년 진화한 (박)병호가 올 시즌에는 몸통 스윙을 한다. 제자리에서 회전력만 사용해 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내년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선수"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 한 여름 체력 떨어지지 않아

박병호는 엄청난 파워로 유명하다. 뒤에서 히팅 포인트가 형성돼도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는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다. 남다른 힘의 원천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중학교 때부터 바벨과 싸웠다고 한다. 심재학 넥센 타격 코치는 "(박)병호처럼 아마 시절부터 몸을 키우려고 노력한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요즘도 웨이트 훈련을 빼 먹지 않고 하는 그다.

한 여름 살이 빠지지 않는 건 타고 났다. 2년 연속 50홈런을 치기 위해선 꾸준한 페이스가 중요한데, 찜통 더위를 잘 이겨내다 보니 슬럼프가 길지 않는다. 박병호는 "날씨가 더워지면 충분히 쉬려고 한다. 살이 빠진다거나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는 등의 문제는 없다"며 "요즘은 방망이 무게를 900g에서 조금 줄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올 시즌에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구단 내 평가다. 넥센 관계자는 "트레이드가 된 직후 동대구역 KTX에서 내리던 박병호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언젠가는 등번호 숫자만큼 홈런을 때릴 수 있다고 봤는데 지난해 그만큼 치더라"며 "한 층 여유가 생겼다. 무리해서 홈런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가장 애착이 있던 전경기 출장도 과감히 포기하는 등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병호도 21일 "홈런을 노리지 않았는데, 운 좋게 50번째 홈런이 나왔다. 솔직히 앞으로 홈런을 안 쳐도 되니 팀만 이겼으면 좋겠다"면서 팀 퍼스트를 외쳤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