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3)가 동양인 FA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건 '출루 머신'의 명성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1루 자유이용권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출루가 쉬웠다.
신시내티 시절인 2013년, 개인 성적은 타율 2할8푼5리에 21홈런 20도루 54타점이다. 107득점에 112볼넷을 얻어 냈고 출루율은 4할2푼3위로 리그 2위였다. 특히 내셔널리그 역대 리드오프로는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시즌 뒤 그는 텍사스와 7년짜리 계약을 하며 1억3000만달러의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는 부진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출루 머신' 명성에도 금이 갔다. 1번 자리를 차지할 명분도 없었다. 그는 지난해 123경기에 나가 타율 2할4푼2리, 출루율은 3할4푼이었다.
올해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올스타 이전 80경기에서 타율 2할2푼1리, 3할5리의 출루율로 트레이드 대상으로 지목돼다. 이 기간 11개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정확성이 떨어져 타율 자체가 낮았다. 하지만 올스타전 이후 추신수는 달라졌다. 9월 타율이 4할5푼5리로 리그 1위에 오를만큼 타격감이 매섭다. 후반기 타율은 3할5푼4리다.
추신수가 다시 한 번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사라진 '출루 기계'의 위용도 거의 되찾은 듯 하다. 추신수는 20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리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 경기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2안타 2볼넷, 몸에 맞는 공 1개로 5차례 출루했다. 텍사스의 10대1 승리.
1회 1사 첫 타석에서 시애틀 선발 비달 누노의 초구를 공략해 우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2회 두 번째 타석은 몸에 맞는 공, 4회 1사 1, 2루에서는 볼넷을 골랐다. 5회에도 출루는 계속됐다. 1사 3루에서 불펜 호세 라미레스의 유인구를 참아 볼넷을 얻어났다. 이후 7회 다시 중전 안타를 때린 그는 8회 2사 만루에서 마지막 타석을 맞이했다. 여기서 안타가 나오면 4게임 연속 3안타를 때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아쉽게 2루 땅볼로 경기를 마쳤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