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크리스 세든은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2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안았고 평균자책점은 21.60을 기록했다. 합계 5이닝 동안 12점을 내줬으니 삼성 타자들에겐 '배팅볼' 투수나 다름없었다.
8월 7일 포항 경기에서 2이닝 동안 6안타, 4볼넷을 허용하고 7실점했으며, 지난 3일 인천 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6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잠실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9이닝 4안타 완봉승을 거둔 뒤 6일만에 삼성전에 나섰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1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전을 앞두고 SK 덕아웃은 어두운 빛이 역력했다. 지난 13일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에 대역전패를 당한 직후인데다 선발 세든이 막강 삼성 타선을 막아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SK 김용희 감독은 적어도 5회 정도만 막아주기를 바랐다. SK의 우려는 1회말 현실로 나타났다.
세든은 1회 선두타자 박한이에게 풀카운트에서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박해민의 희생번트에 이어 나바로를 좌익수플라이로 잡아 위기를 넘기는 듯했던 세든은 최형우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불길한 기운에 휩싸였다. 결국 다음 타자 박석민에게 좌월 3점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2구째 던진 138㎞짜리 직구가 높은 코스로 들어가면서 박석민의 배트 중심에 제대로 걸렸다.
정신을 차라기도 전 세든은 이승엽에게 우중간 2루타, 채태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투구수 37개 끝에 이지영을 좌익수플라이로 잡아내며 겨우 1회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반전의 기운은 2회말 투구 때부터 시작됐다. 1사후 박한이에게 125㎞ 체인지업을 던지다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은 세든은 박해민과 나바로를 연속 범타로 막아내며 실점을 면했다.
3회부터는 변화구를 결정구로 사용하며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3회 선두 최형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세든은 이후 세 타자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석민을 121㎞짜리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뒤 이승엽과 채태인을 각각 슬라이더를 구사해 헛스윙을 유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반전 투구의 절정이었다.
4회 2안타를 맞고도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세든은 5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일단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투구수 90개를 안고 6-3으로 앞선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세든은 채태인과 이지영에게 연속안타를 얻어맞고 무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투구수 100개를 넘기면서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나 세든은 김상수를 우익수 짧은 플라이로 잡아내더니 삼성이 자랑하는 교타자 박한이와 박해민을 정교한 제구력으로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한이는 132㎞짜리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헛돌렸고, 박해민은 바깥쪽을 찌르는 140㎞짜리 직구 스트라이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6이닝 9안타 3실점에 올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7탈삼진. 세든이 삼성을 상대로 퀄리티스타트를 올린 것은 2013년 7월 11일 대구 경기 이후 약 2년 2개월만이다. 또 삼성전 승리는 같은 해 9월 26일 인천 경기 이후 약 2년만이다. 창원 NC전 '참사'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돼 있던 SK는 이날 세든의 반전 호투를 앞세워 6대3으로 이기며 5위 경쟁권을 유지했다.
경기 후 세든은 "상당히 기쁘다. 창원 경기를 져서 팀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는데 오늘 승리로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삼진은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노력했고,변화구가 잘 구사돼 삼진에 도움이 됐다"면서 "(삼성을 상대로)지난 2경기서 어려웠지만 신경쓰지 않고 던졌다. 1회 3점을 내줬지만 더 집중해서 팀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