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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16일 삼성 상대로 힘찬 발돋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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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의 시즌 막판 행보는 닿을듯 말듯한 찬장 속 꿀단지를 꺼내려는 어린 아이의 손짓과도 같다.

조금만 힘을 내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팔이 짧은 것인지 발돋움이 약한 것인지 좀처럼 손에 닿질 않는다. SK는 지난달 9일 6위로 추락한 이후 단 한 번도 5위 자리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5위 경쟁팀들에게 크게 뒤져 시즌을 포기해야 할만한 순간도 없었다. 2~3경기차의 거리를 두고 7위 또는 8위 자리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꼴이 꿀단지를 욕심내는 아이같다는 이야기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이는 크게 다칠 수 있다. SK는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에 실패할 경우 깊게 남을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난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대역전패'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살아있다. 2경기차 이내에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가 SK보다 전력이나 분위기가 썩 나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SK는 오는 18일 부산에서 롯데전을 마치면 이후 13경기 가운데 3경기를 제외한 10경기를 홈인 인천에서 치른다. 특히 마지막 6경기는 홈 6연전이다. 아무래도 홈이 편하고 체력 부담도 적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 김광현이 16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선발로 등판한다. 시점이나 분위기상 매우 중요한 경기다. 김광현은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0.91을 기록했다. 4경기서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졌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 0.98, 피안타율 2할1푼5리로 삼성 타자들을 압도했다. 지난 4일 인천 경기에서는 8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광현이 선발등판한 삼성전에서 SK는 2승2패로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SK 타자들 역시 삼성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광현은 올시즌 25경기에서 13승3패(0.813)로 승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두산 베어스 유희관(17승4패, 0.810)보다 패수가 적기 때문에 같은 승수를 추가하더라도 김광현이 승률 경쟁에서 유리하다. 삼성전에서 패한 적인 없다는 것도 승률 1위에 큰 몫을 한 셈이다. 그러나 김광현이 승패없이 물러난 나머지 9경기에서 SK는 4승5패로 부진했다. 김광현의 승률 1위가 순전히 실력에 의해 얻어진 것은 아니다. 김광현이 등판하는 날, SK 타선이 터졌거나 불펜진이 잘 막아준 경우도 많았다는 의미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삼성도 이날 총력전을 펼칠 것이 뻔하다. 삼성은 올해 SK를 상대로 12경기에서 8승4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독 김광현에게는 약했다. 김광현과 맞대결을 벌일 삼성 선발은 외국인 투수 클로이드다. 클로이드는 올시즌 SK전에 딱 한 차례 등판했는데, 그게 하필 9월 4일 인천 경기였다. 당시 김광현과의 맞대결서 클로이드는 4⅓이닝 동안 12안타를 맞고 8실점하는 부진을 보였다.

김광현은 올시즌 5점 이상을 주고도 패전을 안지 않은 경기가 5번이나 된다. 8월 8일 kt 위즈전에서는 5이닝 동안 7실점했지만, 팀이 역전승을 거둬 패전을 면했다. 4월 12일 NC전에서는 5이닝 6실점의 부진을 보였지만 승리투수가 됐다. 선수들이 김광현을 믿듯, 김광현도 타선을 믿고 좀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투구를 할 필요가 있다. 꿀단지를 욕심내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힘찬 발돋움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