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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감독 "순위싸움하듯 하라" 주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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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kt 감독은 1일 울산 롯데전을 앞두고 "100패는 벗어났나?"라고 물었다. kt 구단관계자는 "앞으로 2승만 더 하면 된다"고 했다. 올시즌 25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43승76패(승률 0.361). 신생팀 kt는 창단 첫해 썩 괜찮은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있다.

올시즌 초반을 떠올리면 지금은 웃음만 나온다. 속절없는 패배가 이어지던 지난 봄, kt를 두고 '사상 첫 시즌 100패 위기'가 회자됐다. 실제 실현 가능성도 충분했다.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엔 투타 전력이 터무니없었고, 짜임새도 부족했다. 대대적인 트레이드와 장시환을 중심으로 한 필승조의 성장, 외국인타자 댄블랙과 마르테의 존재감이 더해지며 kt는 지난 여름 '고춧가루 부대'를 넘어 가장 무서운 타선의 팀으로 거듭났다. 최근 10경기에서 6승4패. 지난 1일 롯데전에서 연장 패배를 했지만 질긴 승부를 했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조 감독은 "뭔가 내려 놓았기에 오히려 선수들이 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팀들은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고 있다. 긴장을 하고 플레이하는 것과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우리도 긴장감을 품고 경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욕심을 비우고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경기가 더 쉽게 풀렸다는 얘기다. 1게임에 목숨을 건 순위다툼을 하는 상대팀 앞에서 1점을 쥐어짜기 위해 번트를 대는 등 '미니 게임'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조 감독은 "처음에는 상대팀 보기 민망해서 작전을 자제했는데 오히려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니 게임이 더 잘 풀릴 때도 많았다"고도 했다. 야구는 때때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조 감독은 최근 코치진을 불러 이색 주문을 했다. '순위 싸움하듯 경기를 하라.'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라는 얘기. 쉽지 않다. 상황은 아닌데 생각만 다르게 한다고 해서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래도 kt의 현주소를 알고 가자는 의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기를 치르는 다른 팀들과 동떨어져 있는 kt의 최근 경기력에는 허수가 끼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 내후년이 되면 kt도 포스트시즌 순위 다툼을 해야하는 즐거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kt는 9월부터는 '양동 작전'을 편다. 확대 엔트리를 맞아 5명의 선수가 1군에 추가 합류했다. 조 감독은 "이제 몇경기 남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주전들은 좀더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시즌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kt지만 내년엔 더 강해지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울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