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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보트의 '최다투구 투혼', 로저스 공백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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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없어도 걱정마!'

특급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30)가 오기 전까지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역할을 하던 투수는 누가 뭐래도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32)였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선발 등판횟수(24번)를 기록했고, 소화이닝수(120이닝)도 가장 많았다. 승수에서도 안영명과 함께 공동 1위(8승)다. 비록 시즌 중간에 부진으로 김성근 감독의 질책도 받았고, 2군에도 갔었지만 그나마 가장 꾸준했던 선발이다.

그래서 8월초에 합류한 로저스가 워낙에 압도적인 구위와 경기 운영능력으로 연거푸 완투와 완봉승을 거둔 바람에 빛이 바랬지만, 한화가 현재 5위 싸움을 하고 있는 데 탈보트의 기여도를 간과해선 안된다.

이런 탈보트가 모처럼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하필 로저스가 컨디션 조절 차원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에서 오랜만에 '에이스'다운 투구를 했다. 특히 올해 자신의 한 경기 최다투구수(121개)를 기록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팀에 힘을 실어줬다.

탈보트의 호투는 30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나왔다. 전날 1대6으로 완패했던 한화로서는 1승이 절실한 상황. 6위 KIA 타이거즈에 승차없이 5위를 지키고 있던 터라 반드시 이겨야 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탈보트는 투혼을 담은 역투를 했다.

이날 탈보트는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단 3개의 안타만 내줬다. 볼넷이 3개였지만, 삼진은 5개를 곁들여 리그 타율 3위(0.290)인 두산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초반 투구수가 많았지만, 6회까지 버틴 점이 칭찬받을 만 하다.

1회를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 범퇴로 막은 탈보트는 0-0이던 2회에 잠시 제구력이 흔들리며 첫 실점을 했다. 선두타자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양의지에게 중전안타, 최주환에게 우중간 적시 2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했다. 계속된 무사 2, 3루의 절대 위기. 그러나 여기서 탈보트는 효과적인 위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추가실점을 막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로메로를 일단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하나 만들었다.

그러나 오재일에게 몸 맞는 볼을 내줘 1사 만루를 자초했다. 외야 뜬공 하나면 추가점을 내주는 상황. 여기서 탈보트는 김재호를 다시 1루수 인필드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1번타자 허경민마저 초구에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길고도 험난했던 2회를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내자 탈보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로메로와 김재호, 그리고 허경민을 잡아낸 탈보트의 치명적 무기는 체인지업이었다. 모두 127~128㎞짜리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유도해냈다.

그러나 문제는 투구수였다. 탈보트는 2회에만 33개의 공을 던졌다. 1회까지 합치면 무려 투구수가 49개에 달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이후 탈보트는 보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두산 타선과 정면대결했다. 3회는 삼자범퇴. 4회는 볼넷 1개와 안타 1개를 내줬지만, 무실점. 그리고 5회도 삼자범퇴. 여기까지 투구수는 딱 106개였다. 3~5회에 이르는 3이닝을 57개의 공으로 막아낸 것. 한화가 5회까지 3-1로 앞서나가 탈보트는 일단 최소한의 선발 역할은 해냈다. 여기서 바뀌는 듯 했다.

하지만 탈보트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보였다. 불펜이 약한 팀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등판을 자청했다. 그리고 6회 김현수-양의지-최주환에 이르는 4~6번 중심타선을 공 15개만으로 처리했다. 포수 조인성의 도움이 컸다. 1사 후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최주환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을 때 2루로 뛰는 양의지를 조인성이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켰다. 탈보트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이날 6회까지 투혼의 역투를 펼친 탈보트는 시즌 9승을 눈앞에 둔 채 7회에 김기현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탈보트의 9승 달성은 불펜진의 동점 허용으로 인해 다음으로 미뤄지고 말았다. 김기현이 1사 후 오재일에게 솔로홈런을 맞았고, 8회에 마운드에 오른 권 혁이 1사 1루에서 김현수에게 동점 투런 홈런까지 허용하며 탈보트의 승리를 날려버린 것. 비록 이날 승리는 날아갔지만, 그래도 탈보트의 호투는 향후 한화의 5위 싸움에 큰 힘이 될 듯 하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