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이쯤되면 '징크스'를 넘어 '굴욕'이다. 또 한 해를 흘려 보낼 수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 두 팀 사이에는 극과 극의 전류가 흐른다.
제주는 통곡이고, 서울은 환희다. 제주는 서울에 23경기 연속 무승(8무15패)에 시달리고 있다. 2008월 8월 27일 이후 단 1승도 없다. 홈 무승은 더 치욕적이다. 2006년 3월 25일 이후 14경기 연속 무승(7무7패)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안방에서 10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웃지 못했다.
제주와 서울이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서 다시 만난다. 29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올 시즌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제주는 승점 33점으로 8위, 서울은 44점으로 4위에 포진해 있다. 33라운드 후 스플릿시스템이 작동한다. 1~6위의 그룹A와 7~12위의 그룹B가 분리된다. 같은 그룹에 포진해야 한 차례 더 맞닥뜨릴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러나 현주소가 이어진다면 올 시즌 두 팀의 충돌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제주의 아픔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경훈 전 감독은 "서울을 상대로 이겨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2009년 10월 제주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지난 시즌까지 서울을 상대로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조성환 현 감독 역시 취임일성으로 서울전 승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4월 4일 원정에서 열린 첫 만남에서 0대1로 패한 데 이어 7월 1일 홈에서도 2대4로 완패했다. 조 감독은 첫 일전 후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빚을 갚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도 징크스를 깨지 못하자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제주는 절박하다. 23일 광주 원정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에서 탈출했다. 그룹A행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비의 핵인 알렉스는 여전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고, 설상가상 공격의 핵인 로페즈마저 경고누적으로 서울전에 결장한다.
베스트 전력을 투입하더라도 서울은 부담스럽다. 서울은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절정의 흐름이다. 최근 4경기에서 10득점-3실점으로 흠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가 수혈되면서 공수밸런스는 더 탄탄해졌다. 현재 K리그 최고의 전력이라는 평가는 결코 무늬가 아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자만과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결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얕잡아 볼 상대는 K리그에는 없다. 상대를 보고 안일하게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위협요소다. 매경기 최선을 다해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서울은 대반전을 꿈꾸고 있다. 선두 전북(승점 56), 2위 수원(승점 49)과의 선두권 경쟁에 가세하기 위해 한창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제주와 서울, 두 팀 모두 갈 길이 바쁘다. '징크스'는 과연 이번에도 유효할까. 두 팀의 운명이 흥미롭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