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올 여름 이적시장 최우선 과제는 해리 케인 파트너 찾기였다.
케인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1골을 터뜨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유망주였던 케인은 단숨에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떠올랐다. 로베르토 솔다도를 방출하고, 에마누엘 아데바요르를 전력 외로 분류한 토트넘은 새로운 공격수를 물색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는 웨스트브롬위치의 사이도 베라히노였다.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인 베라히노는 지난 시즌 14골을 터뜨린 골잡이다. 토트넘은 베라히노 영입을 위해 여러차례 웨스트브롬위치와 협상을 펼쳤지만, 이적료에서 난항을 겪었다.
그 사이 시즌은 시작됐고, 토트넘은 2무1패의 부진에 빠졌다. 믿었던 케인이 한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리며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케인을 도와줄 공격수를 찾은 토트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 바로 손흥민이다. 과연 손흥민은 토트넘과 궁합이 맞을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주 전술로 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스승인 마르셀로 비엘사 전 마르세유 감독의 영향을 받아 전방 압박을 앞세운 공격축구를 즐겨한다. 사우스햄턴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포체티노 감독은 이적 후 좀처럼 공격축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제이 로드리게스, 아담 랄라나처럼 스피드와 결정력을 두루 갖춘 2선 공격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토트넘의 2선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뎀벨레, 에릭 라멜라, 나세르 샤들리 등이 포진해 있다. 에릭센과 뎀벨레는 창의적인 패스, 라멜라와 샤들리는 폭발적인 드리블을 장기로 한다. 하지만 모두 결정력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다. 에릭센이 그나마 10골로 지난 시즌 두자리수 득점에 성공했지만 그는 포체티노 감독이 선호하는 역동적인 유형의 미드필더는 아니다.
손흥민이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턴 시절 왼쪽 윙어로 기용하던 로드리게스를 중앙으로 움직이며 골을 노리게 하는 인사이드 포워드로 활용했다. 손흥민이 대표팀과 레버쿠젠에서 맡았던 역할이다. 전술적으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레버쿠젠에서 최전방을 맡았던 슈테판 키슬링이 다소 정적인 스타일인 반면, 케인은 훨씬 역동적이고 움직임 폭도 크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골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여기에 스피드를 강조하는 EPL은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수들이 활약하기 좋은 무대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