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는 도루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목동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회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를 훔친 것이 마지막 도루였다. 시즌 29호 도루를 성공시킨 이후 지난 23일 SK 와이번스전까지 9경기 동안 도루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테임즈는 현재 다리 상태가 좋지 못하다. 지난 주말 SK와의 경기에서도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땅볼을 치고도 1루로 전력 질주를 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에 따르면 테임즈는 다리에 약간의 통증이 있다.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홈을 파고들다 포수 양의지와 부딪히면서 왼쪽 발목을 다친 적이 있는데, 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타격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김경문 감독은 부상 위험을 이유로 테임즈에게 도루 욕심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4일 두산전을 앞두고 "40홈런-40도루보다 40경기를 안 아프고 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루는 체력 소모가 커 타격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은 뛰지 말라는 사인을 내고 있다"며 테임즈에게 도루 자제를 주문한 사실을 전했다.
이런 이유로 테임즈의 시즌 30도루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NC가 30경기 이상을 남겨 놓고 있는만큼 테임즈의 30홈런-30도루 기록은 시점의 문제일 뿐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도 순위 싸움이 한창인 요즘 베이스러닝 하나, 안타 하나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팀의 간판타자가 개인기록, 특히 도루에 욕심을 낼 시점은 아니다. 팀상황과 김 감독의 심중을 이해하고 있는 테임즈는 이런 이유로 도루 욕심을 내지 않다.
하지만 시즌 막판 팀 순위의 윤곽이 드러나 승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적극적인 도루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테임즈 본인이 욕심을 내고 있는 40(홈런)-40(도루) 기록도 겨냥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로 30홈런과 3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5명 뿐이다.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이 세 차례(1996, 1998, 2000년) 기록했고, 1997년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 1999년 해태 홍현우, LG 트윈스 이병규, 한화 이글스 데이비스가 30-30 클럽에 가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이 클럽에는 새로운 회원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만큼 '호타준족' 능력을 보유한 타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장타력, 기동력을 동시에 갖춘 선수는 언제든 팀에 힘을 불어넣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이번 시즌 테임즈가 도루 한 개를 추가해 30-30을 달성한다면 KBO리그는 대기록으로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이미 테임즈는 역대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차례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는 30-30을 넘어 40-40 클럽에도 가입한 선수가 4명이나 있다. 1988년 호세 칸세코,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가 각각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