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마르죠."
매경기 박빙의 순위다툼, 23일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전남전을 앞두고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A매치 휴식기 직후인 8월 매 라운드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전날 먼저 경기를 치른 수원은 2위를 지켰고 나란히 '승점 41'을 기록하던 성남(3위)과 서울(4위)이 모두 승리하며 승점 44를 찍었다. 1경기를 덜치른 상황, 포항은 3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전략가' 황 감독은 스플릿의 향방을 이렇게 예언했다. "인천을 포함 7개 팀이 상위 스플릿을 노린다. 수원, 서울 등 맞물린 팀들과의 경기에서 스플릿 상위권의 향방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5~6위권 경쟁은 마지막까지 갈 것같다." 포항은 당장 30일 수원, 내달 9일 서울전을 앞뒀다. 포항의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이다. 수원, 성남, 서울과 키를 맞출 전남전 승점은 절실했다. 포항은 2009년 10월11일 이후 전남과의 13경기에서 8승5무로 절대 우위를 점했다. 올시즌에도 1승1무를 기록했다. "전남에 지지 않았지만,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은 안된다. 오늘 경기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상래 감독의 전남 역시 전날 경기 직후 순위가 내려앉았다. 7월 말까지 3위를 유지했지만 8월 3경기에서 1무2패하며 7위(승점 38)가 됐다. 22일 '7위' 인천이 '1강' 전북을 잡는 이변속에 전남을 밀어내고 6위(승점 29)로 올라섰다. 잘나가던 전남이 8월 들어 인천, 전북에 2연패하며 위기에 처했다. 노 감독은 "여유"를 이야기했다. "여유를 가지려 한다. 우리의 목표는 리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위 스플릿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천, 전북전에서 서두른 감이 있다. 포항이 우리보다 급할 것이다. 차분히 가겠다.".
'제철가 더비'는 전쟁이었다. 필승을 결의했던 포항도, 애써 여유를 다짐하던 전남도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0대0으로 비겼다. 동아시안컵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리며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렸던 이종호와 김승대가 공격라인에 섰다. 측면에선 전남의 안용우, 오르샤의 포항의 고무열, 티아고가 치고 달렸다. 포항의 '스틸타카'에 맞서 이슬찬, 이지남, 임종은 등 수비라인이 몸을 던졌다. 중원에선 손준호와 김영욱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허리다툼이 거셌다. 3연패 위기의 전남은 두터운 수비라인을 가동하며 역습을 노렸다.
전반 17분 스테보가 안용우에게 흘려준 볼이 오르샤에 이어 김영욱에게 이어졌다. 강력한 중거리포가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 20분 포항의 코너킥, 신진호의 크로스에 이은 김태수의 날선 슈팅을 김병지가 막아냈다. 전반 25분 이후 전남의 공격이 살아났다. 전반 29분 정석민의 스루패스를 이종호가 잡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었다. 전반 막판 포항 측면 고무열이 가벼운 움직임으로 골을 노렸다. 전남의 패스미스를 틈타 고무열이 김승대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후 박스안까지 밀고 들어가며 슈팅을 날렸지만 이슬찬 임종은 이지남이 함께 몸을 던졌다. 후반 5분 단독쇄도하는 고무열을 '백전노장' 김병지가 온몸으로 막아섰다. 위기를 넘겼다.
몸 사리지 않는 투쟁이 이어졌다. 후반 18분 이지남의 태클에 김승대가 쓰러졌다. 후반 20분 박성호와 머리를 정통으로 부딪친 현영민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후반 27분 이종호가 김광석의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후반 35분 심동운의 크로스에 이은 포항의 슈팅을 이지남이 몸으로 막았다. 고무열의 마지막 슈팅을 전남 수비가 걷어내며 결국 전남과 포항은 0대0으로 비겼다. 피말리는 순위 전쟁 속에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포항은 전남전 무패 기록을 이어갔고, 전남은 3연패 위기에서 탈출했지만, 양팀 모두에게 아쉬운 경기였다. 27라운드 종료 후 포항은 승점 42점 5위, 전남은 승점 39점, 7위다. '1강' 전북을 제외한 '2~7위' 6개팀 중 수원, 성남, 서울, 인천이 승리했고, 포항과 전남이 비겼다. 이겨야 사는 게임, 스플릿의 운명까지 이제 6라운드가 남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