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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심수창에 대한 결단 내려야 할 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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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롯데 자이언츠 심수창이 또다시 실망스러운 투구를 했다. 심수창은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했지만 3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회에만 4점을 내줬다. 이 때 일찌감치 승기가 1위팀 삼성쪽으로 넘어갔다. 롯데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3연승으로 5위 싸움에 뛰어들 반전 분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초반 일찌감치 패배 분위기에 휩싸이며 힘없이 4대15 대패를 당했다.

심수창은 불펜 대기했던 지난 13일 kt 위즈전에서 1이닝 투구로 행운의 승리를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 포함, 후반기 선발로 나선 3경기 모두 부진하다. 3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성적이 아니다. 선수가 항상 잘할 수 없다. 심수창도 일부러 지려고 못던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이겨야하는게 숙명이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심수창의 투구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 비해 구위도 형편이 없고, 선수 본인의 자신감도 떨어져 보인다. 원래 직구 구위가 상대를 압도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포크볼 제구가 그나마 좋았기에 시즌 초반을 버텼는데, 최근에는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린다. 사이드암 변칙 투구도 상대팀들이 간파를 한 후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구위보다 중요한 건 마운드 위에서의 자세다. 안타를 허용하고 실점을 하면 계속 덕아웃을 쳐다본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안타 허용과 실점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 처럼 보인다. 아니면 조기 교체 등이 걱정돼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일 수도 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 타자들의 마음은 더욱 편해진다.

삼성전에는 포수 강민호와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도 보였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젊은 시절 자신의 공이 좋았을 때의 투구 패턴을 고집한다. 직구가 한 번 통하면, 또 같은 곳에 직구를 뿌린다. 그러면 맞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팀 분위기와 심수창 개인에 대한 동정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누가 봐도 심수창이 쉬어야 할 타이밍이다.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차라리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게 나을 수 있다. 안되는 선수에게 계속 기회를 주면, 열심히 운동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은 절망에 빠지고 만다. 투수 뿐 아니라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팀 분위기가 크게 망가질 수 있다.

문제는 심수창이 이번 시즌을 잘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1군에서 빠지는 날이 늘어나면 자격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이종운 감독은 시즌 초반 심수창이 선발진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때 마무리로 보직을 돌렸다. 마무리가 없는 팀 사정상 당시 구위, 투구 패턴 등에서 마무리로 가장 적합한 선수가 심수창이었기 때문. 당시 마무리 보직에 부담감을 느끼던 심수창에 대해 이 감독은 "마무리로 실패하면 선발로 기회를 주겠다"고 언론을 통해 말했었다. 이 것에 부담을 느껴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심수창을 기용한다면 5위 싸움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팀이 망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심수창의 개인 인생을 망쳤다는 비난을 들어야 할 상황도 아니다. 시즌 전 선발 후보 중 꼴찌 순위이던 심수창에게 기회를 줬다. 그리고 잘던지던 선수를 2군에 보낸 것도 아니고, 불펜으로 보직 강등을 시킨 것도 아니다. 마무리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줬다. 선수의 부담에 전반기 막판 불펜으로 등판시켜 차근차근 투구수를 늘리게 해 다시 선발로 돌아오기 위한 시간을 줬다. 후반기 시작부터 약속대로 선발 기회를 줬다. 충분한 기회 속에 본인이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단순한 승패를 떠나 다음 등판 희망을 주지 못하는 투구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이 감독은 5위 싸움 속에 젊은 투수들도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다. 실제 20일 부산 KIA전이 우천 취소되지 않았다면 21일 KIA전 선발은 배장호였는데, 비로 인해 자신의 시즌 첫 1군 등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