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피츠버그)가 대단한 하루를 보냈다. 동점포, 역전포, 메이저리그 진출 첫 연타석홈런, 첫 멀티홈런, 100안타 돌파까지. 23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보여준 강정호의 활약은 피츠버그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2개의 홈런과 100안타는 내야수 강정호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연착륙과 내년 주전확보를 향한 청신호다.
강정호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전에서 4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시즌 11호홈런과 12호홈런을 연거푸 쏘아올렸다. 무안타로 꽁꽁 묶여 있던 팀에 동점을 안기는 5회 홈런, 1-1이던 7회엔 역전홈런을 때려냈다. 8회초에 피츠버그는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말 2번 마르테의 끝내기 홈런이 나와 3대2로 승리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를 놓고 싸우는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때린 홈런이라 더욱 값졌다. 첫번째홈런은 비거리 135m짜리 였고, 두번째 홈런은 139m 짜리였다. 91마일 싱커와 98마일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다. 3타수 2안타(2홈런)2타점, 시즌 타율 0.290, 12홈런, 45타점.
강정호에게 두자릿 수 홈런과 100안타는 특별한 의미다.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는 특급 내야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준 것이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됐을 때 큰 문제점으로 두 가지가 지적됐다. 과연 메이저리그의 빠른 타구를 처리할 수있는 수비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또 150㎞ 강속구가 흔하지 않은 한국야구에 길들여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초절정 강속구에 적응할 수 있는가. 첫해는 적응기, 이후 본격적인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피츠버그 구단이 낯선 포스팅시스템으로 강정호를 영입한뒤 회의론이 고개를 들자 즉시전력감'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었다.
올시즌 활약은 100점을 넘어, 200점이라고 봐야 한다. 이날 두번째 홈런은 98마일(158㎞) 강속구였다. 가볍게 때린 뒤 팔로스루로 연결된 스윙을 보여줬는데 타구는 좌중간을 훌쩍 넘어갔다. 탁월한 감각을 자랑한 순간이었다. 강정호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정호는 원래 강속구를 잘 쳤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또 빠르게 적응하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강속구 대응이 문제가 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비부담이 많은 내야수(유격수)가 시즌 타율 0.290을 기록한다는 것은 공수를 겸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자릿수 홈런, 세자릿수 안타는 주전으로 활약하며 충분히 팀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언론은 최근 부상중인 조디 머서가 돌아온다고 해도 강정호의 백업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정호의 수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유격수보다는 3루수로 뛸 때 훨씬 안정적인 수비범위를 보여주지만 유격수로도 나쁘지 않다. 시즌 초반보다는 훨씬 안정됐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한 이유는 타율 2할4푼대의 머서의 방망이가 늘 아쉬웠기 때문이다. 머서는 수비면에선 나쁘지 않은 선수다. 향후 공격력과 팀전력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40홈런 유격수'로 활약한 강정호는 매력적인 자원으로 여겨졌다. 처음엔 당연히 대체멤버 정도로 생각했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강정호는 상상외의 대어였다.
강정호는 점차 약점과 자신에게 불리한 평가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이날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순위에서도 1위를 굳게 지켰다. 특히 머서와 해리슨의 부상에도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강정호가 있어 가능했다. 팀으로선 그야말로 복덩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