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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민준기, 런웨이의 반전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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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여덟 번째 주자는 반전과 역전의 힘을 가진 모델 민준기다.

민준기는 꽃미남들로 범람하고 그들의 팬덤으로 두둥실 부풀어 오른 모델계에 최근 떠오르는 새로운 얼굴이다. 민준기는 모델이 되고자 마음 먹었을 때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얼굴 탓에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상당히 오래 거쳐야했다고 하지만, 그 강렬한 페이스는 민준기라는 존재를 독보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선배 모델 이영진은 컬렉션에 선 민준기의 얼굴을 보면 그 쇼의 다른 챕터가 열린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는 런웨이에서 남다른 존재다. 이 모든 것도 결국 타고난 외모 탓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민준기의 아직 채 열리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엿들어보니, 그가 빛을 향해 걸어들어가기 전까지 무수한 시도와 실패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영진(이하 이)- 모델 민준기가 데뷔한 지 2년이 지났네요. 그 중 밀란에서 네 시즌 동안 모델로 섰었죠. 민준기라는 모델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왔어요. 뭐랄까요. 민준기가 무엇을 입어도 전투복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죠.

▶민준기(이하 민) : 원래는 축구를 했었어요. 길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 썩 잘 하는 편도 아니었죠.



이-그러고보니 얼굴은 호나우두 저리가라네요. 국가대표 얼굴이랄까요(웃음).

민 : 하하하. 골키퍼였어요. 그런데 축구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실력이 안된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살면서 정말 열심히 한 일 중 하나가 축구였죠. 계속 되는 경쟁 속에 실력도 실력이지만 멘탈이 힘들었어요. 결국 대학 1학년까지 운동하다가 그만두게 됐죠.



이-인생에 전부였던 축구를 관둔 다음에는 무엇을 했나요?

민 : '나는 축구만 할거야'라며 살다가 스무살 어린 나이에 그렇게 되니 고민을 많이 했죠. 고등학교 때 부터 친구들로부터 '모델 해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발을 뻗었어요.



이-원래 옷을 좋아했나요?

민 : 전혀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친구들 권유를 떠올리며 패션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는데, 그러면서부터 점점 관심이 생겼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전략을 세운 것이 한국에서 일하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으니 중국으로 가자였어요. 여름방학 때 중국 상하이로 가서 현장실습을 해었죠. 그러다 다시 한국에 왔는데 아는 형 소개로 모델 에이전시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당시에는 살도 지금보다 쪘기에 당장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고,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한 달 만에 6~7kg를 빼고 매일 운동하며 유지했어요. 헤어스타일도 조금씩 바꿔봤고요. 원래는 긴 머리였는데 그렇게 시도하다 지금의 일자 머리를 찾게 됐죠. 그러던 어느 날 '프로필 찍고 같이 일하자'는 이야기를 마침내 듣게 됐어요. 이듬 해인 2013년 데뷔하게 됐죠.

이-요즘 남자 모델 선호도를 보면요. 다들 김원중 이후의 뉴페이스를 찾는데, 거기에 딱 민준기라는 모델이 있는 것 같아요. 얼굴이 주는 임팩트가 있어요.

민 : 남자 모델 대부분이 예쁘고 멋있어요. 그래서 제 얼굴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하지만 동시에 '나 같은 사람은 없네'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 부분을 생각보다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맞아요. 사실 오히려 그래서 경쟁력이 있었던 것인데, 막상 뛰어들어보기 전에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저 역시도 '모델은 다 쌍꺼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데뷔했어요. 지금이야 '카리스마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당시에는 '음, 유니크하네' 정도였어요. 장윤주 송경아와 경쟁해야 했는데, 늘 오프닝이 장윤주 아니면 송경아였죠.

민 : 한국에서는 확실히 예쁜 친구들이 많아서 제가 '센 캐릭터'로 뭔가 포인트 같은 느낌으로 등장하는 것 같아요.



이-외국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민 : 외국에서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스톤 아일랜드 같은 뭔가 센 느낌의 브랜드에만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초반에 다 그런 쇼에 서게 됐어요. 클래식한 느낌에는 안 어울릴 것이라고 저 스스로 생각했죠. 그러던 차 tod's 캐스팅을 갔어요. '되지도 않을텐데, 집에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이상하네, 쓰지도 않을 건데 왜 좋아하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대가 없었어요. 예상 밖에 결국 하게 됐어요. 아시아인은 딱 3명이었고, 그 외에는 흑인도 없고 백인의 프린스 차밍 느낌의 모델들만 있더라고요. '아,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건가' 싶었죠.



이-마지막 순간까지 불신을(웃음).

민 : 그런데 하고 나서는요. 뭐랄까. 어쩌면 이쪽에서 보는 눈은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민준기가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은 뭘까요?

민 : 시도를 많이 해보고 있어요. 한국에서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특히 뉴욕을 생각 중이에요. 그 쪽을 베이스로 잡고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 노력 중이에요. 또 이미지도 바꿔야 할 것 같고요.



이-그래서 블로그를 하는 건가요? 귀여운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웃음).

민 : 글 쓰는 것 좋아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하다보니까 그런 귀여운 표현들도 들어가더라고요. 요즘은 많이 못해요. 예전에는 거의 매일 했는데, 지금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죠.



이-민준기에게 롤모델은 있나요?

민 : 모델로서도 있고 인생 전반에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어요. 남자 모델 중에는 한국에서는 활동을 하지 않는 나대혁 씨가 있고요. 인생 전반에서는 축구선수 이영표가 롤모델이에요. 두 분다 인성이 훌륭하시죠. 많이 보고 배워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