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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수 임대 신화 점화, '황새'는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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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감독(47)은 시즌을 시작하면서 철저한 팀 관리 뿐만 아니라 타팀 선수들까지도 예의주시한다. 전반기에 채워지지 않은 2%를 임대생으로 채우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힌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포항의 넉넉하지 않은 재정 형편으로 높은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데려올 수 없기 때문이다. 연봉만 주고 선수를 활용할 수 있는 임대가 최선의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그 동안 황 감독이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임대 신화를 썼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황 감독이 찍은 임대생은 수원의 왼쪽 풀백 최재수(32)다. 이번에도 느낌이 좋다. 최재수가 포항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광주전부터 포항 유니폼을 입고 출전, 3경기 동안 팀의 무패(2승1무) 행진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15일 전북 현대와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홈 경기에선 전반 20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0 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최재수는 황 감독의 고민을 제대로 덜어주고 있다. 황 감독이 만들어온 명품 패스축구가 살아나기 위해선 공격수들 뿐만 아니라 측면 수비수들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필수다. 그러나 올 시즌 신광훈이 군 입대하면서 풀백 재정비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왼쪽 측면 수비를 담당하던 김대호도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양쪽 측면 수비수를 수술해야 했다. 황 감독은 박선용-박선주 형제에게 측면 수비를 맡겼다. 그러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전남에서 데려온 형 박선용은 어느정도 제 몫을 했지만, 포항에 있던 동생 박선주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황 감독은 올 여름 공격 자원인 조찬호를 내주고 최재수를 데려오는 전략을 세었다. 성공적이었다. 홍 철에 밀려 출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던 최재수는 포항에 와서 출전에 대한 한(恨)을 제대로 풀고 있다. 특히 황 감독이 원하던 활발한 오버래핑은 최재수의 장기였다. 황 감독은 "풀백이 긴박한 상황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무거운 면이 있었는데 최재수가 오면서 숨통이 트였다"며 "경기를 풀어가는 그의 경험과 프리킥이 만족스럽다"고 칭찬했다.

최재수와 같은 케이스는 그 동안 포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012년에는 강원FC에서 김진용을 데려와 FA컵 우승을 일궜다. 2013년에는 김은중을 임대생으로 영입, 조커 부재에서 벗어나 '더블(한 시즌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다.

황 감독은 "임대로 온 선수들은 능력은 있는데 다른 팀에서 경기를 못뛰어서 굶주려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중하게 시즌 초반부터 그 선수를 지켜본다. 이후 임대 뒤에는 확신을 가지고 믿음을 준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