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두산 진야곱은 기복이 있다. 여전히 불안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공의 위력은 최상급이다. 짧은 이닝, 그의 공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짧은 스윙. 묵직한 145㎞를 넘나드는 패스트볼. 그리고 예리하면서도 강렬한 슬라이더.
두산 벤치에서 왜 허준혁이 아닌 진야곱을 필승계투조의 첫번째 투수로 낙점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7일 넥센전에서 매우 강렬했다. 8-5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상황. 넥센 염경엽 감독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필승계투조를 모조리 투입했다. 두산과 넥센은 매우 강한 타력을 지니고 있다.
두산의 아킬레스건은 뒷문이다. 염 감독은 넥센의 타선이 두산의 약한 뒷문을 공략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7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한 진야곱이 2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넥센의 추격 흐름을 단숨에 끊어버렸다.
경기마다 제구력이 살짝 불안한 진야곱. 하지만 이날만큼은 공격적이면서도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결국 넥센 타선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진야곱이 '영점'만 잡힌다면 충분히 상대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을 확인한 경기였다.
물론 6일 넥센전이나 8일 LG전은 약간 불안했다. 특히, LG전에서는 9회 오지환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패전투수가 됐다. 8회 무실점으로 잘 막은 뒤 9회 오지환에게 안타를 내줬는데, 민병헌의 실책으로 2루를 허용했다.
이날은 네 경기 연속 등판이었다. 8회를 잘 막았다. 때문에 진야곱은 조금씩 자신의 새로운 포지션에 잘 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두산 벤치는 경기 중간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 시즌 초반에는 중간계투진의 계산이 서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없었다. 함덕주 이현호 오현택 이현승이 서서히 자리잡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부수를 경기 중반 띄울 수 없었다. 실패할 경우 고스란히 앞으로 행보에 타 팀보다 더욱 많은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야곱이 5선발에서 중간계투진으로 돌아서면서 두산은 애매한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한 차례 흐름을 끊어줄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정이 깔린다. 일단 부상에서 회복한 니퍼트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다시 진야곱이 5선발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야곱은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리는 제구력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두 삼성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8일 현재 5.5게임 차다. 하지만 두산은 이제 구상했던 중간계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시작점에 있다.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