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새롭게 A대표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재성(23·전북) 이야기다.
지난 3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던 이재성은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확실한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대표팀은 그의 출전 유무에 따라 경기력이 춤을 췄다. 2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재성은 유연한 드리블과 예측불허의 패스를 구사하며 한국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한국이 만든 2골 모두 그의 발끝에서 출발했다. 상대의 밀집 수비 전술에 고전하던 5일 한-일전의 분위기를 바꾼 것도 이재성이었다. 후반 20분 교체투입된 이재성은 날카로운 돌파와 창의력 넘치는 패스로 일본 수비를 흔들었다.에서도 이재성의 교체투입과 함께 활약을 뛰기 시작했다. 팀을 한번에 바꿀 수 있는 힘, '에이스'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하지만 정작 이재성은 '에이스'란 칭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6일 중국 우한스포스센터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이재성은 "영광스러운 말이지만 자세히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보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파가 가세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지금은 말하기 이른 것 같다. 해외파 형들이 오면 다르다. 난 아직 시작하는 단계다. 더 준비해야 한다"고 자신을 낮췄다. 오히려 반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성은 "한-일전에서 크로스바를 맞혔다. 들어갔으면 승리할 수 있었던 골이었다. 밤새 그 생각이 나서 잠을 못 이뤘다"며 "마무리가 약하다. 이것을 보완해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력 우승이 걸려 있는 9일 남북전의 키는 이재성이 쥐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일찌감치 이재성을 남북전의 핵심으로 삼은 듯 하다. 6일 훈련 중 가진 5대5 미니게임에서 이재성만 홀로 '붉은색' 조끼를 입었다. 이재성은 양 팀의 공격에 모두 관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재성에게 공격의 전권을 맡겼다. 이재성은 활기차게 움직이며 양 팀 공격에 가담했다. 지친 기색도 없었다. 연신 강력한 슈팅과 날카로운 패스를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재성의 활약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성도 남북전을 벼르고 있다. 이재성은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부상으로 북한과의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재성은 "개인적으로 끝까지 못 뛰어서 아쉬웠다. 이번 남북전 앞두고 기대가 크다. 저번처럼 부상당하지 않고 승리해서,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00년 들어 한국축구의 에이스 계보는 박지성(은퇴)-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어졌다. 이재성은 이 두 선수의 장점을 섞어 놓았다. 박지성의 활동량과 이청용의 창의력을 고루 지녔다. 이재성은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말이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고 웃었다. 하지만 지금 A대표팀의 중심은 누가 뭐라도 이재성이다. 7년만의 동아시안컵 우승까지 이끌 경우 한국축구 에이스 구도는 빠르게 이재성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