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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일본도 할릴호지치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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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이 없었던 '슈틸리케 매직'이 마지막 관문 앞에서 주춤했다. 한-일전 무승의 늪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도 넘지 못했다.

한국은 5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5년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한-일전 무승 기록이 5경기로 늘어났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첫번째 한-일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이 열리기 전부터 일본과의 특수한 역사 관계 보다는 축구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이든, 중국이든 상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것을 준비하고 잘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한-일전이 국민들에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 다 잘 알고 있다.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 보일지 더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한-일전 승리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준비 과정부터 그랬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완승 이후에도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한-일전 베스트11을 두고 선수들과 밀당을 이어갔다. 김신욱은 "감독님이 누가 경기 뛸지 모르니까 잘하라고 동기부여를 해주셨다. 그래서 모두가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날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한-일전 명단을 보면 알 것이다. 그 명단을 보면 감독이 전원을 믿는지 일부 선수만 신뢰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산만했다. 북한에 1대2로 역전패 하며 꼬이기 시작했다. 1993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만들어진 이래 일본이 FIFA랭킹 100위권 밖 팀에게 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의 FIFA랭킹은 129위다. 일본 언론은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변명에 비판 일색이었다. 3일 훈련 중에는 할릴호지치 감독과 일본축구협회 관계자간의 마찰도 있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에게 "일본 축구의 위기다. 뭔가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열변을 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은 "만약 3연패를 할 경우 변화가 있을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사실상 한-일전 결과를 보겠다는 통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러한 분위기를 결과로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중국전과 비교해 8명의 엔트리를 교체했다. 실험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내용면에서 압도했지만 분명 승점 3점을 얻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각 감독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훨씬 공격적이었다. 일본 감독은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90분 전체를 놓고 보면 우리가 훨씬 잘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일전은 내용 보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다.

반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일전 무승부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당시 알제리를 이끌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벨기에와의 1차전 패배 후 자국 언론과 싸웠다. 이후 2차전에서 한국을 4대2로 꺾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번에도 1대1 무승부로 반전에 성공했다. 수비 전형에 변화를 주며 민첩하게 대응했다. 북한전보다는 나아진 경기력을 펼쳤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잠시나마 일본 언론의 공격을 피해 갈 수 있게 됐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