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잠수함 투수 김병현을 보면서 메이저리그 시절에 세미 소사 등 슬러거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꿈틀거리며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도는 시속 150km 빠른 공에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쩔쩔 맸다. 씩씩하게 힘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했다. 그땐 그랬다. 이제 과거의 추억이 됐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김병현은 지난해 고향팀 KIA로 이적했다.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출발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 시절에도 그랬고, KIA에서도 전성기 때 구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올해도 김병현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맹장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준비가 늦어졌다. 1군에 복귀한 뒤에도 1,2군을 오르내렸다.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SK 와이번스전까지 올시즌 15경기에 등판했는데,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선발로 5차례, 중간계투로 10경기에 나서, 4패(2홀드)만 안고 평균자책점 7.92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8연패. 지난해 8월 10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 한번도 환하게 웃어보지 못했다.
5일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히어로즈전. 김병현은 이번 시즌 6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사실 올시즌 친정팀 히어로즈를 상대로 가장 좋았다. 두차례 중간계투로 나서 2홀드,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김병현은 6회말 1사 2루에서 강판될 때까지 5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1-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90개의 공을 던져 안타 5개를 내주고 삼진 7개를 잡았다. 투구수와 탈삼진 모두 올해 한 경기 개인 최다 기록이다.
5회말 1사 2루에서 고종욱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팀 홈런 1위 히어로즈 강타선을 최고 143km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요리했다. 압권은 6회말 상대 클린업 트리오와의 맞대결. 선두 타자인 3번 유한준에게 안타를 내준 후 4번 박병호, 5번 김민성을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박병호, 김민성을 상대로 삼진 2개씩 기록했다. 김병현이 6회말 2사후 김광수로 교체될 때 목동구장 3루쪽 원정 관중석에서는 "김병현"을 연호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1년 만의 승리가 눈앞에서 날아갔다. 2-1로 앞선 8회말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가 1점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병현의 승리가 이 한방으로 날아갔다. 뒤이어 박병호가 시즌 36호 역전 1점 홈런을 터트렸다. 3-2 히어로즈의 승리. 히어로즈 타선은 김병현의 승리를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KIA는 6연승 후 2연패에 빠졌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