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일파' 차례다.
2일 중국과의 2015년 동아시안컵 1차전 2대0 완승의 숨은 주역은 바로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중파'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주영(상하이 상강) 장현수(광저우 부리)였다. 중국 축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장 밖에서는 동료들에게 중국 대표 선수들의 특징에 대해 일일이 알려줬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한발 앞선 움직임으로 상대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5일 열리는 숙명의 한-일전. 자연스레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시선이 모아진다. 이번 대표팀에는 5명의 J리거가 있다. 정우영(빗셀 고베) 김민우 김민혁(사간도스) 구성윤(곤사도레 삿포로) 이용재(나가사키)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과거 일본에서 뛰었던 김영권 장현수 정동호(울산)까지 합친다면 무려 8명의 선수가 일본 무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전방부터 골키퍼까지 포지션 곳곳에 포진돼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이점이다. 이들은 한-일전의 선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전에서 선발로 나서지 않은 정우영 김민우 이용재는 한-일전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지일파'는 자신감이 넘쳤다.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만큼 승리를 확신했다. 정우영은 "일본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J리그에서 5년간 뛰었다. 일본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칼을 갈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용재는 "자기 역할을 100% 발휘하면 일본전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김민우는 "뛸 지 안 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한-일전이 기대된다. 지면 안되는 경기다. 일본은 패스가 좋은 선수가 많다. 공격진의 득점 능력도 있다. 우리의 장점을 살려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혁도 "한-일전은 자신 있다. 일본 선수들은 피지컬이 약하다. 기술은 좋지만 훈련을 많이 못했다. 한발 더 뛰고 정신무장이 잘되어 있는만큼 중국전처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모두 일본의 기술을 경계하는 한편, 일본의 체력적 약점에 대해 지적했다. 한-일전 필승해법도 제시했다. 정우영은 "일본은 기술이 좋다. 하지만 축구는 기술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선수들은 자신들의 축구에 특유의 자부심이 있다고 느낀다. 일본 축구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우리가 조직적으로나 피지컬적으로 앞서있다. 한발 더 뛰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김민혁은 "일본과 북한의 경기를 보니 일본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더라.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북한은 확실히 일본 보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라 했다. '지중파'로 중국을 잡은 한국은 이제 '지일파'를 앞세워 한-일전에 나선다. 이들의 경험은 분명 큰 자산이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