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한-일전에는 총력전을 펼칠 것입니다."
'아시아 최강' 이란의 벽을 넘은 문용관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흘렀다. 그러나 환하진 않았다.
한국 남자배구가 7년 만에 한(恨)을 풀었다. 한국은 5일(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8회 아시아선수권 8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개최국 이란에 세트스코어 3대1(17-25, 28-26, 25-20, 25-23)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7년 만에 이란과의 악연을 끊어냈다. 한국은 2008년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이란에 1승1패를 기록한 이후 지난 6년간 7연패를 당한 바 있다.
5일 휴식을 맞는 한국은 조별예선(2차전)과 8강 플레이오프(2승) 성적을 더해 E조 1위에 올라 F조 4위를 기록한 일본과 6일 같은 장소에서 8강전을 치른다.
이날 문 감독은 선택과 집중으로 이란을 꺾었다. 경기 전 문 감독은 집중력과 서브 리시브를 강조했다. 선수들은 문 감독의 주문을 완벽에 가깝게 이행했다. 경기가 끝난 뒤 문 감독은 "이란의 서브가 좋기 때문에 서브 리시브를 안정적으로 가져간 뒤 양쪽 측면 공격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초반 세터 권영민의 토스워크가 다소 빨라 공격이 막히고 리시브도 흔들렸다. 그래서 수비를 강화해서 세트 플레이의 점유율을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승부의 분수령인 상황에서 한국의 강서브레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최홍석은 2세트와 3세트에서 서브 에이스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송희채와 곽승석의 강서브도 이란의 서브 리시브를 흔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 감독은 "서브를 강하게 넣으라고 주문했다. 범실도 많았지만, 강서브가 잘 먹혀들었다. 4세트는 서브 범실을 줄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4세트에는 수비 안정을 위해 리시브라인에 4명의 리시버를 배치시켰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괴롭혔던 것이 상대 범실을 유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문 감독은 또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미 부상을 안고 있던 선수들의 몸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감독은 "신영석은 양쪽 무릎, 문성민은 허리를 삐끗했다. 서재덕은 어깨가 좋지 않다. 남은 3경기에서 얼마나 가용할 자원이 남을지 관건"이라며 걱정했다.
8강전은 한-일전이 성사됐다. 문 감독은 "계속해서 일본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있다. 일본도 완전한 전력이 아니다. 8강전이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하다. 한-일전에는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테헤란(이란)=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