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천적 관계가 새로운 사령탑에 의해 청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먹이사슬은 깨지고 새로운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됐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4년 간을 돌아보며 "우리는 특점 팀에게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래서 우승도 할 수 있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KBO리그에서 전무후무한 통합 우승 4연패의 원동력으로, 이른바 삼성 만의 '승점 자판기' 팀을 꼽은 것이다. 류 감독이 지칭한 팀은 팀은 한화와 KIA였다. 대구 사자들은 대전 독수리, 광주 호랑이만 만나면 힘을 냈다.
삼성은 작년까지 4년 간 한화에 45승1무24패를 기록했다. 2011년 9승10패로 밀렸지만 2012년 13승6패, 2013년 12승4패, 2014년 11승1무4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봉승이 두 차례나 됐다. 5점 차 이상 승리도 8번이나 있었다. 삼성은 2014년 10월13일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22-1, 완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자축했다. 선수들은 한화만 만나면 "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KIA도 삼성에겐 보물(?) 같은 존재였다. 2011년 12승7패, 2012년 12승1무6패, 2013년과 2014년에는 나란히 12승4패를 했다. 오죽했으면 선동열 전 KIA 감독이 "올해만큼은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을까. '80억원의 사나이' 오른손 선발 윤성환이 호랑이 사냥에 앞장 섰다. 2011~2014년 17경기에서 KIA 타선을 만나 12승3패 2.85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왼손 선발 장원삼도 작년까지 4년 간 9경기에서 7승 무패로 KIA전 패배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한화와 KIA는 더 이상 삼성의 '밥'이 아니다. 두 팀 모두 삼성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26일 현재 한화가 7승3패, KIA는 6승5패. 그래서 삼성도 예년과 같이 확실히 치고 나가지 못한다. 잘 나가는 팀 분위기도 한화와 KIA만 만나면 번번이 끊기는 모양새다. 지난 6월 9~11일 홈 경기에서는 한화에게 스윕패를 당하며 단단히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무려 7년 만에 한화에 당한 충격적인 3연패였다. KIA를 만나서도 장원삼이 벌써 2패를 기록했다. 윤성환은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는 등 운도 따르지 않는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 김기태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한 한화와 KIA는 1년 만에 까다로운 존재가 됐다.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두산도 마침내 넥센 공포증에서 탈피한 듯 하다. 두산 선수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상하게 넥센 전은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 치고 나가야 할 시점에서 넥센만 만나면 패했고, 성적도 고꾸라졌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실제 두산은 2013년 넥센에 7승9패, 지난해에는 4승12패를 당했다. 리그 최고의 화력을 보유한 상대 타선에 투수들이 쩔쩔맨 결과다.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유희관(두산)도 "넥센 타자들은 다들 히팅포인트를 앞에 놓고 때린다. 그럴 수록 투수가 더 과감히 승부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가뜩이나 목동구장은 상대적으로 작지 않는가. 투수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더 이상 넥센에 발목 잡히지 않고 있다. 12경기에서 6승6패로 5할 승률을 기록 중이다. 김태형 감독도 "다잡은 경기를 불펜이 무너지며 허무하게 내주기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지고 있던 상황을 뒤집어 넥센을 제압한 적도 있다. 선수들이 넥센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거둔 승수(4승)를 넘어서자 팬들이 좋아한다'고 전하자 "그런가. 앞으로도 넥센 전은 무조건 총력전"이라는 기분 좋은 농담도 했다. 이 밖에 지난해 롯데에 6승10패로 밀린 SK도 올해는 김용희 감독 지휘 아래 8승4패로 앞서 있다. 양상문 감독 체제의 LG는 NC에 8승1무2패로 아주 강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