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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G의 슈퍼맨' 김병지, 가장 빛나는 기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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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철인' 김병지(45·전남)의 통산 700경기가 펼쳐진다.

김병지는 26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질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통산 700경기 출전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 2012년 10월 7일, 서울-경남전에서 600경기를 찍은 지 3시즌만이다. 스스로는 "700경기도 내겐 그저 한 경기일 뿐이다. 뚜벅뚜벅 걸어오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지만, K리그 역사상 전무후무, 누구도 다시 쓰기 힘든 대기록이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의 말대로 "매년 30경기 이상 20년을 꼬박 뛰어도 불가능한 숫자"다. 2위 최은성(전북, 현 전북 골키퍼 코치)이 532경기, 3위 김기동(포항, 현 올림픽대표팀 코치)이 501경기로 뒤를 잇고 있다. 김병지와의 간극은 크다.

1992년부터 2015년까지 프로선수로 24시즌을 뛰어온 김병지는 자타공인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통산 700경기 외에도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무수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령 출장 기록은 날마다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15일 신의손의 최고령 기록(44년 7개월 6일)을 넘어섰다. 1992년 9월 2일 현대-유공전에서 38번 등번호를 달고 데뷔전을 치렀던 '22세 청년' 김병지가 26일 제주전, '45년3개월18일'의 나이로. 700번째 그라운드에 나섰다.

역대 리그 통산 무실점 역시 '228경기'로 부동의 1위다. 2위는 152경기의 최은성(전북), 3위는 140경기의 이운재(전남)다. 그의 무실점 기록이 위대한 것은 항상성과 순도에 있다. '내 뒤에 공은 없다'는 좌우명대로 올시즌에도 김병지는 리그 20경기 중 7경기에서 '클린시트'를 기록중이다. 20경기에서 21실점만을 허용했다. '오래 뛰는' 선수가 아니라, '오래 잘 뛰는' 선수다. 김병지는 실력과 체력을 겸비한 철인의 상징인 '153경기 연속 무교체'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FC서울 시절인 2004년 4월3일부터 2007년10월14일까지 4시즌 동안 전경기 풀타임을 기록했다. 2위는 이용발(전북) 151경기, 3위는 신의손(일화) 136경기다.

'골 넣는 골키퍼'의 명성에 걸맞게 1998년 10월 24일 포항전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 2000년 10월17일 안양전 K리그 최초 골키퍼 페널티킥 득점, 역대 올스타전 최다출전(16회), 올스타전 최초이자 유일의 골키퍼 MVP(2000년) 기록도 모두 그의 것이다. 상복도 많았다. 1996년 K리그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을 시작으로 1998년, 2005년, 2007년 총 4회 베스트11에 선정됐고,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9회의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 2013년 39세의 나이에 '최고령 타격왕'에 오른 LG 이병규는 '후배들 자리 뺏는다는 미안함은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나를 여기에 없게 하려면 후배들이 나를 밀어내야 한다. 선배들이 오래 있어줘야 나도 오래 있을 수 있는 거다. 오히려 선배들이 버티는 것을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선배들이 뭘 하고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배워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었다. 'K리그 최고령 골키퍼' 김병지의 말도 다르지 않다. "후배들보다 부족하다면 내일이라도 은퇴할 각오가 돼 있다." 24시즌째 우등상과 개근상을 함께 받아온 K리그의 최장수 모범생이다. 지난 5월 13일 FA컵 수원과의 32강전은 '병지삼촌' 김병지의 진가를 드러낸 결정판이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중심에 섰다. 연장 후반 43분, 기 막힌 하프라인 '택배 프리킥'으로 3대3 동점골의 시작점이 됐고, 승부차기에선 "삼촌이 꼭 1개는 막을게"라던 약속을 지켰다. 김병지의 활약 속에 전남은 올시즌 리그 3위, FA컵 4강 진출 등 최고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지난 6월 김병지는 SNS를 통해 팬들에게 자신의 기록들을 공개했다. K리그 공식기록 외에 '축구선수 36년' '술 담배 성인인증부터 26년간 안하기' '몸무게 26년간 78.5kg 유지하기' '아들 셋 키우면서 16년간 맴매하지 않기' 등 흥미로운 사생활(?) 기록도 열거했다. '어떤 것이 제일 힘든 기록일까요?'라고 팬들에게 물었다. 김병지가 공식 대답은 '153경기 무교체 출전'이다. 감독과 팀이 원해야 하고, 건강이 허락해야 하고,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 스스로 가장 의미를 두는 기록이다. "700경기는 누군가 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속 무교체 출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팬들의 대답은 '아들 셋 키우면서 맴매하지 않기'가 많았다. 아이들과 공을 차고, 아이들과 축구게임을 즐기는 좋은 아빠, 김병지는 자신의 뒤를 이어 선수의 길을 걷는 아들들을 자유롭고, 건강하게 키웠다. 가족을 위해 24시즌을 앞만 보고 달려온, 45세 3개월 18일의 '슈퍼맨 아빠'는 이날 태백, 산, 태산 세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시축을 하며, 대기록을 자축할 예정이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