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단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해야 하는 팀일까."
깊고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던 SK 와이번스는 전반기를 6위로 마쳤다.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력한 마운드를 보유하고도 레이스가 버겁기만했다. 김용희 감독의 고민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것은 다른 팀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SK를 그저 단순히 포스트시즌에 오를 만한 팀으로만 보지 않는다. SK는 시즌 전 삼성 라이온즈를 견제할 수 있는,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팀으로 평가받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마운드의 높이가 다른 팀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후반기가 시작된 지난 21일 SK는 두산 베어스를 8대4로 물리쳤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후반기 첫 경기 승리가 중요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두산을 상대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날까지 SK는 팀평균자책점이 4.23으로 1위다. 불펜투수들의 역할이 컸다.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3.76으로 10개팀 가운데 유일한 3점대다.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부진했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 선수들이 고초를 겪었고, 4,5선발도 들쭉날쭉했다. 밴와트가 부상으로 퇴출됐고, 켈리는 손목 통증으로 2주간 빠지기도 했다. 4선발 윤희상은 평균자책점 5.45의 부진을 보인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에이스 김광현도 전반기 막판 팔꿈치 염증이 생겨 재활중에 있다. 어려운 상황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이런 와중에 밴와트의 대체 요원으로 크리스 세든이 돌아왔다. 2013년전 14승에 평균자책점 2.98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세든의 가세로 SK 선발진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세든은 지난 1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다 4회 한꺼번에 6안타를 맞고 5실점하며 무너졌다. 2년전과 비교해 한층 정교해진 국내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문제점을 파악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21일 열린 두산전서 세든은 저력을 보여줬다. 6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657일만에 국내 무대 승리투수가 됐다. NC와의 복귀전과 비교해 한층 여유롭고 세련된 경기운영을 펼쳤다.
140㎞대 안팎의 직구,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본래 지니고 있는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두산 타자들을 압도해 나갔다. 체인지업의 제구 난조를 딛고 6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던 세든은 7회 들어 선두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허경민에 중전안타를 내준 뒤 전유수로 교체됐다. 전유수가 후속타자를 병살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점을 줘 세든의 실점은 1개가 됐다. 투구수는 94개였다.
이날 세든의 호투가 반가운 것은 선발진이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점 때문이다. 1군서 제외된 김광현과 윤희상은 이번 주말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세든, 켈리, 윤희상, 박종훈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실패하고 올해 대만 프로야구까지 나가있던 세든이 '물음표'를 떨치고 후반기 첫 선발 등판서 안정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SK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