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또 다시 총성없는 전쟁터로 돌아온다.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마친 K리그 팀들은 이제 FA컵 모드로 전환한다. 국내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FA컵 8강전은 22일 펼쳐진다.
FA컵 8강의 빅매치는 FC서울과 포항의 충돌이다. 서울은 내셔널리그 경주한국수력원자력과 K3 챌린저 화성FC를 꺾고 8강 무대를 밟았다. 포항은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대구FC와 전북을 격파하고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먼저 서울은 스쿼드에 변화가 생겼다. 핵심 미드필더 고명진이 최근 카타르의 알 라얀으로 이적했다. 다행히 고명진의 빈 자리를 메울 자원은 마련해 놓은 상태다. 일본 대표 출신 미드필더 다카하기 요지로다. 지난달 아시아쿼터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다카하기는 몸만들기에 집중하느라 데뷔전을 연기해왔다.
포항은 조용한 여름 이적시장을 보내고 있다. 공격수 영입을 원하지만, 트레이드로 선수를 영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미드필더 신진호와 부상에서 돌아올 라자르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
양팀 사령탑 맞대결도 관심거리다. '독수리' 최용수 서울 감독과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의 자존심 싸움이다. 황 감독은 유독 서울전에 많은 힘을 쏟는다. 화두는 '복수'다. 포항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서울과의 네 차례 맞대결에서 1승2무1패로 팽팽함을 보였다. 그러나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등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황 감독이 서울전을 앞두고 민감해지는 이유다. 올 시즌은 두 차례 설욕에 성공했다. 정규리그에서 2승을 거뒀다. 리턴매치다. 양팀은 11일 충돌했다. 포항이 3대1로 승리했다. 11일 만에 다시 서울과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디펜딩챔피언' 성남FC의 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성남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4승1무로 무패 행진을 질주하고 있다. 베테랑 미드필더 김두현의 진두지휘 속에 조직적인 축구를 통해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단기전인 토너먼트에서의 경험도 쌓았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ACL에서 시민구단 최초로 16강에 진출하면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상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울산이라는 점도 성남 승리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울산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울산은 외국인 공격수 교체로 후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따르따와 카사를 내보내고 크로아티아 출신 코바를 영입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비롯해 양동현 김태환 등 공격수들과의 호흡 면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는 인천과 맞붙는다. 다행인 점은 홈에서 8강전을 치른 다는 것이다. 제주는 올 시즌 원정 2승3무5패로 부진하다. 최근 원정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둬 원정 징크스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챌린지 FC안양의 수비수 백동규를 영입, 카타르 알 코르로 둥지를 옮긴 이 용의 자리를 채웠다. 인천은 성남과 함께 시민구단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팀이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김도훈 감독의 다양한 전략 속에 팀이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올 시즌 제주 원정에서 한 차례 이긴 바 있어 자신감도 넘쳐 흐른다.
전남은 다소 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전남은 올 시즌 노상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해묵은 징크스를 벗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의 헌신과 K리그 적응을 마친 오르샤가 젊은피의 경험 부족을 메워주고 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은 내셔널리그에서 2위에 올라있고, 리그컵에선 준우승을 거뒀지만 공격력이 지난 시즌만 못하다는 평가다. 프로 팀인 전남의 벽을 넘기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