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 올해 한화 이글스의 전반기 전략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 감독은 "우리는 지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0원짜리 살림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매 경기를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운용했다. 그 와중에 불펜 투수들에 대한 '혹사 논란'도 불거졌지만, 김 감독은 "안의 사정을 모르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어쨌든 이같은 김 감독의 작전은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던 한화는 올해 당당히 중위권에서 선전하고 있다. 전반기를 5할 승률마진에서 +4승이나 많은 44승40패로 마감하며 5위를 지켜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위치다. 더불어 매경기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끝까지 흥미진진한 경기를 이어간 덕분에 관중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전반기에만 총 16번의 홈경기 매진을 달성하며 KBO리그 전체의 흥행을 이끌었다.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에는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갈까. 한화의 후반기 남은 경기수는 60경기다. 이제는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을 위해 뛰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김 감독의 팀 운용 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김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6일 청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후반기 전략에 관해 "특별히 달라질 것이 있나. 앞서처럼 할 생각"이라고 했다. 후반기 전략 역시 '총력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따져보면 오히려 후반기야말로 성적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할 시기다. 전반기에 비록 승률 마진 +4승으로 5위를 유지했다고는 해도 안심할 순 없는 위치다. 6위 SK 와이번스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한화가 겨우 1경기 앞서있을 뿐이다. 이 정도 간격은 언제든 따라잡힐 수 있다. 때문에 "후반기에도 총력전"이라는 김 감독의 계획은 어쩌면 당연한 전략일 수 밖에 없다.
전력 면에서 보면 한화의 후반기에는 플러스 요인이 꽤 있다. 일단 부상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미 김경언이 전반기 막판 팀에 합류했고, 송은범도 1군 전력에 포함됐다. 김경언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16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는데, 당분간 2군 퓨처스리그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되찾은 뒤 열흘 정도 후에는 다시 1군에 돌아올 전망.
또 김태완과 외국인 선수 제이크 폭스의 합류도 예상된다. 늦어도 8월 중순 이전에 올 수 있다. 더불어 송은범의 선발 출격 가능성도 있다. 이날 외국인 선수 쉐인 유먼이 경미한 등 근육통 증세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는데, 일정상 후반기 한 차례 정도 선발 로테이션에 빠지게 된다. 김 감독은 "투구 후 등쪽에 약간 결리는 증세가 있다고 해서 엔트리에서 뺐는데, 한 번 정도는 선발 로테이션에 빠질 것 같다. 그 빈 자리에 누구를 넣을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엔트리를 살펴보면 대체 선발 요원으로 송은범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팬들을 열광케하며 '마리한화'의 명성을 만든 한화가 후반기에는 또 어떤 명승부를 펼치게 될 지 기대된다. 더불어 2007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잔치 무대를 밟을 수 있을 지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일 듯 하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