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마지막 도전도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벌써 7번째의 실패. 이쯤되면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일종의 '징크스'로 굳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한화 이글스와 '4연승'은 적어도 프로야구 전반기에는 영 궁합이 맞지 않았다. 한화는 15일 청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7번째 '4연승 도전기'를 치렀는데 이번에도 연장접전끝에 10대12로 지면서 고개글 숙이고 말았다. 이제 후반기에나 다시 7연승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한화의 4연승 실패는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 이유 안에 한화의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우선 지나간 7번의 실패를 되짚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모두 선발 투수들이 초반에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특히 7번의 실패 중에서 6번은 선발 투수들이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6월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해 6대7로 진 경기를 빼고 나머지 6번의 '4연승 도전경기'에서는 선발이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대량 실점한 끝에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여기에 한화의 현주소가 담겨있다.
사실 한화는 올해 대단히 인상적이고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게 맞다. 3년 연속 최하위에서 허덕이던 팀이 한 순간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만한 팀으로 변모한 것 자체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걸로 한화가 '강팀'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올해 7번의 3연승 도전에서 모두 마지막 순간 고배를 든 것도 한화가 여전히 문제점을 떠안고 있다는 걸 반영하는 증거다.
실제로 한화를 이렇게 바꿔놓은 김성근 감독 조차도 계속되는 4연승 실패에 관해 "그만큼 우리 팀이 아직 약하다는 것 아닌가"라며 씁슬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분명 한화는 야수들의 투지와 끈기가 향상됐다. 더군다나 투수진 운용에 관해서 국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되는 김성근 감독은 선발 투수들이 조금이라도 구위가 떨어진 모습을 발견하면 지체하지 않고 '불펜 투입'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런 투수 운용방법은 올해 한화가 꽤 의미있는 성적을 내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공격적인 투수 교체로 만들어낸 승리는 결국 감독이 해낸 결과다.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만 충실히 따르면 됐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화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약점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 한화의 근본적인 문제, 그리고 4연승 실패의 핵시 요인은 역시나 '약한 선발'에 있다. 이게 결국 7번의 4연승 실패의 핵심 요인이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 역시 '"우리 팀은 아직도 부족하다.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이 없다"며 고민을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를 시즌 중에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김성근 감독은 매 경기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자칫 방심하다간 선발부터 계투진까지 모조리 난타당하기 십상이기 때문. 그래서 매 경기를 포스트시즌처럼 치러야 했고,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경기는 한화 야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팬들은 열광했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에이스도, 늘 꾸준히 이닝을 소화해주는 이닝 이터도 없는 한화의 씁쓸한 맨얼굴이 숨어있다.
결국 한화가 지금보다 더 앞선 야구를 하려면 선발진이 보강되어야 한다. 또는 기존에 부진했던 선발진이 다시 한번 제대로 된 힘을 쏟아부어줘야 한다. 김 감독이 후반기 팀의 키플레이어로 배영수와 송은범을 뽑은 것도 '선발요원'인 이들이 전반기에 미진했던 활약을 후반기에 제대로 보여달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한화는 선발진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4연승'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