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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면세점 발표후, 정보유출·독과점 논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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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간 치열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이 막을 내렸다. 롯데,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 SK, 이랜드 등 7개 대기업이 참여했던 면세점 전쟁에서 결국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은 호텔신라와 한화가 최종 승자로 결정됐다. 지난 10일 관세청의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정확한 실사와 공정한 심사 과정을 통해 면세점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했다"며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한화갤러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치열한 경쟁이어서 그런지, 발표 후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발표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논란이 잇따라 일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와 관련해 정밀조사를 하겠다고 까지 나섰다. 대기업들이 뛰어든 대형 사업이라 당연히 구설수가 있겠지만, 당장 가을부터 연말까지 서울·부산 면세점 특허심사가 다시 있을 예정이라,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발표 전 선정 정보 유출됐나?

당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의 빅3로는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꼽혔다. HDC신라면세점은 삼성가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 재벌 오너들이 손을 맞잡고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나섰기 때문에 유통계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또한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에 용산 아이파크몰의 입지와 인프라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유통 명가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오래전부터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준비했던 기업들이다.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와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첫 시작한 한화갤러리아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한화갤러리아가 신세계,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깜짝 선정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어떤 경쟁이든 깜짝 스타는 등장하는 법이니, 한화갤러리아의 선정 역시 큰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선정 과정에서 한화갤러리아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오후 5시에 관세청은 사업자를 발표했다. 이미 주식시장은 마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업자 발표 전에 이미 한화갤러리아는 전날 보다 상한가인 30%(1만8000원) 오른 7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도 폭증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장 초반부터 강세였다가 오후 2시 들어 상한가에 진입했다. 이날 거래량은 87만주로 평소 거래량이 1만~3만주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80배 이상 늘었다.

관세청 발표 전에 이미 주식시장에서 한화갤러리아가 사업자로 선정될 것을 알았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함께 사업자로 선정된 HDC신라면세점의 호텔신라는 이날 8.94%(1만500원) 오른 12만8000원에 마감됐고, 현대산업개발은 0.72%(500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HDC신라면세점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상승폭이다.

뿐만 아니라 발표 전에 이미 면세점 사업자에서 탈락한 업체들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신세계는 8.97%(2만3000원), SK네트웍스는 7.71%(690원) 떨어졌고, 롯데쇼핑도 0.65% 하락했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2.2%(3000원) 소폭 상승했다. 한화갤러리아 선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라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 측은 "외부와 정보가 차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 10일 오전 9시 30분까지 프레젠테이션과 심사를 진행했고 10시 넘어서부터 평가를 하고 집계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를 어느 정도 입수한 게 오후 3시쯤인 만큼 밖의 주가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정보 유출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러나 7개 대기업 심사는 발표 전날인 9일 오후에 진행됐기 때문에 이미 심사 윤곽이 드러났고, 그 정보가 10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은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측은 "중요 발표를 앞두고 불공정 거래나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거래량 폭증과 주가 폭등이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모니터링 결과 거래 과정에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호텔신라, 면세점 독과점은 더욱 심화?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라 앞으로 면세점 독과점 논란은 더욱 피할 수 없게 됐다. HDC신라면세점은 오너들이 직접 나서 다른 경쟁 기업들과는 눈에 띄는 행보로 앞서나갔다. HDC신라면세점의 선정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안 그래도 독과점인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더욱 심해졌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60.5%, 호텔신라가 26.5%로 상위 2개사가 87%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다. 국내 전체 면세점 시장으로 분석해도 롯데쇼핑이 50.7%, 호텔신라는 30.7%를 차지해, 두 곳의 전체 시장점유율이 81.4%나 된다.

여기에 호텔신라가 보유하고 있는 동화면세점 지분(19.9%)과 함께 이번에 호텔신라의 지분이 50%인 HDC신라면세점이 서울 시내 면세점까지 확보했으니 호텔신라로 인한 독과점 구조는 더욱 심해지게 됐다. 이를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호텔신라 또는 롯데쇼핑이 신규 면세점 운영권을 받으면 독과점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관세청이 HDC신라면세점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도 논란 거리다. 관세청은 지난달 1일 업체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은 뒤 한달 넘게 평가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관세청이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게속해서 논란이 있었다. 관세청은 당초 단일 법인의 경우 평가 기준을 분명하게 공개했으나, HDC신라면세점 같은 합작법인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호텔신라(50%), 현대산업개발(25%), 현대아이파크몰(25%)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에 대한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공개한 평가 배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능력은 300점이나 될 정도로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기본적으로 신규 합작법인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모기업의 것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기업들의 실적이 각각 다르고 전문 분야도 달라 어떤 회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질 수가 있다. 당연히 경쟁사들은 합작법인에 대한 평가기준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특히 HDC호텔신라는 합작사 별로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등에서 차이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관세청은 합작법인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끝이 났다. 그러나 9월부터 연말까지 '제2 면세점 전쟁'은 계속될 예정이다. 올해 말 서울 시내 기존 면세점인 롯데 소공점, 롯데월드점, 워커힐 면세점과 부산 신세계 면세점의 특허가 만료된다. 워커힐 면세점은 11월 16일, 롯데 소공점은 12월 22일, 롯데월드점은 12월 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12월 15일 문을 닫는다. 관세청은 4곳의 특허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만료되기 때문에 새 특허심사를 통합해 9월 25일까지 특허신청을 받고, 11월 중 특허심사위원회를 거쳐 특허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