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트레이드의 성공여부는 길게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전과 다른 팀 분위기,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트레이드 직후의 성적으로 득실을 따지기도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주를 두고 트레이드를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시즌 중간에 꼭 필요한 포지션, 약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트레이드라면 애기가 조금 다르다. 다음 시즌이 아닌 이번 시즌,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이 중요할 때가 있다.
이적 선수의 트레이드 직후 맹활약. '절실함'이 만든 트레이드 효과다. 트레이드는 새로운 시작이자 또다른 기회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현장의 감독이 이적 선수를 첫 경기부터 내세울 때가 많다. 새 식구가 된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의도도 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지난 일요일 kt 위즈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용덕한(34)을 23일 1군 엔트리에 올리며 "유니폼을 바꿔 입었을 뿐이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주전 포수 김태군의 백업으로 NC 유니폼을 입은 용덕한은 23일 KIA 타이거즈전 중간에 교체로 출전했다. 8회 2사 2루에서 첫 타석에 선 용덕한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3-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나온 시원한 안타였다. 소속 팀이 패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이적 신고식이었다.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용덕한은 10년 넘게 백업포수로 뛰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kt로 이적한 후 주전 포수 역할을 했지만 장성우가 이적해 오면서 다시 백업으로 밀렸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에게 NC는 4번째 팀이다.
용덕한과 유니폼을 바꿔입은 '이적생' 오정복(29)과 홍성용(29)도 첫날부터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았다. 23일 LG 트윈스전에 2번-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오정복은 4-4로 맞선 7회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다. NC 소속으로 올시즌 1군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던 오정복이 만든 극적인 드라마다. 조범현 감독은 1군을 열망했던 오정복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오정복과 함께 NC에서 이적한 홍성용도 뒤진 상황에서 등판해 1⅓이닝 무안타 호투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용덕한과 오정복 홍성용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한화 이글스로 옮긴 이성열은 새 팀 합류 첫날인 4월 9일 LG 트윈스전에 대타로 나서 1타점 2루타에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새 유니폼이 어색할 수도 있는 첫날부터 대전팬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히어로즈에 남았지만 1군 출전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던 이성열이다.
지난 5월 한화에서 KIA로 이적한 외야수 오준혁(23)과 노수광(25)도 그랬다. 5월 6일 트레이드가 결정된 둘은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전 시작 직전에 합류해 동료 선수의 유니폼을 빌려입고 깜짝 선발 출전했다. 중견수로 나선 노수광은 2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쪽 2루타를 때렸다. 자신의 프로 첫 안타를 KIA로 이적한 첫날 터트렸다. 좌익수로 나선 오준혁도 3회에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오준혁은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노수광은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둘은 오랫동안 KIA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로 섣불리 효과를 말할 수는 없지만, 트레이드가 선수와 팀에 분위기 전환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마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