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를 압도하는데 있어 초구 스트라이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5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의 경우 투구수 관리를 위해서도 초구는 스트라이크가 필요하다. 물론 스트라이크란 페어 지역으로 들어간 타격을 포함해 파울, 헛스윙 등을 말한다. 전체 투수들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대략 6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70% 이상이면 안타나 볼넷을 피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양팀의 에이스 유희관과 린드블럼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전날까지 유희관은 9승2패에 평균자책점 3.12, 린드블럼은 8승4패에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기록중 주목할 것은 선발등판할 때마다 6~7이닝을 소화한다는 점이다. 전날까지 선발 평균 투구이닝이 린드블럼이 6.88로 1위, 유희관이 6.67이닝으로 2위였다.
올시즌 두 에이스간의 첫 맞대결, 승부는 결국 얼마나 이닝을 오래 끌고가느냐의 싸움이었다. 유희관의 압승이었다. 8이닝 동안 94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2안타 무실점. 지난 5월 10일 한화 이글스전서 9이닝 7안타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따낼 때와 마찬가지로 '퍼펙트'에 가까웠다. 3년 연속 시즌 10승을 점령한 유희관은 삼성 라이온즈 피가로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
유희관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26타자를 상대해 20타자를 상대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76.9%의 비율. 반면 린드블럼은 제구에 애를 먹으며 4⅔이닝 동안 12개의 안타를 맞고 7실점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27타자 가운데 14명으로 51.9%에 그쳤다. 직구 구속이 최고 151㎞인 린드블럼과 133㎞에 불과한 유희관. 구속은 중요치 않았다.
유희관은 5회 2사후 손용석에게 우전안타, 6회 2사후 정 훈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4사구는 한 개도 없었다. 롯데는 유희관을 상대로 2루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1.75개. 일단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철저한 코너워크로 롯데 타자들의 타격을 적극 유도하는 패턴으로 투구수를 관리해 나갔다.
유희관은 1회 정 훈, 아두치, 황재균을 상대로 6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를 하며 호투의 조짐을 보였다. 2회와 3회에는 각각 10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를 이어갔다. 타순이 한 번 돈 4회, 롯데 타자들이 끈질기게 승부를 걸었지만 16개의 공으로 역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5회와 6회를 각각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유희관은 7회에도 공 10개로 세 타자를 처리한 뒤 8회에는 1사후 김문호와 백민기를 각각 낮게 깔리는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임무를 마무리했다. 유희관은 9회에도 등판이 가능했으나, 이날 새 외국인 투수 스와잭이 1이닝을 던지기로 한 상황에서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후 유희관은 "야수들에게 고맙다. 항상 잘 리드해주는 (포수)양의지와 최재훈에게도 고맙다. 컨디션이 들쭉날쭉했는데 트레이너님들이 많이 신경써 주셔서 오늘 밸런스가 좋았다. 신도 나고 흥도 나서 기분 좋은 승리"라면서 "초반 페이스가 너무 좋아 다음 경기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자부심과 더불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